
비에른 보리(스웨덴)와 존 매켄로(미국), 피트 샘프라스(미국)와 안드레 애거시(미국). 그리고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라파엘 나달(스페인)까지.
모두 남자 테니스의 한 시대를 풍미한 ‘세기의 라이벌’이다. 이들의 뒤를 이어 이제는 얀니크 신네르(1위·이탈리아)와 카를로스 알카라스(2위·스페인)이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그려가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4일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신네르가 알카라스에 세트 스코어 3-1(4-6 6-4 6-4 6-4)로 이겼다. 신네르가 그간 이기지 못하던 알카라스를 끝내 물리치고 첫 윔블던 우승을 이뤄내 의미가 컸다.

둘은 지난해부터 4대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나눠 가졌다. 신네르가 4차례, 알카라스가 3차례 우승했다. 그러나 둘의 맞대결에서는 신네르가 4승8패로 확연한 열세였다. 특히 지난달 끝난 프랑스오픈 결승을 포함해 신네르는 알카라스에게 5연패를 당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날 신네르가 생애 첫 윔블던 우승을, 그것도 약세를 보였던 알카라스를 상대로 거머쥐면서 둘의 라이벌 구도는 더욱 명확해진 양상이다. 신네르가 2001년, 알카라스가 2003년생으로 모두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이기에 앞으로 오랜 기간 명승부를 펼쳐 보이길 테니스 팬들을 기대하고 있다.
둘의 플레이스타일은 서로 상반됐다. 베이스라인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신네르는 좀처럼 실수가 없는 완벽한 플레이가 장점이다. 반면 알카라스는 전성기 나달을 연상케 하는 엄청난 운동량과 과감한 공격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편이다.

과거 페더러와 나달이 그랬듯, 이들도 경기 외적으로는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 프랑스오픈 결승 당시 서로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오심을 스스로 감수하는 장면은 많은 테니스 팬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알카라스는 윔블던 3연패라는 대기록에 실패했지만, 경기 후 “우리의 라이벌 관계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메이저대회 결승, 마스터스 1000시리즈 결승전 등 최고의 대회에서 격돌하고 있다. 우린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며 신네르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패배는 좀 슬프지만, 고개를 높이 들고 코트를 떠나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신네르 역시 알카라스에 대한 존중을 잊지 않았다. 그는 “카를로스로부터 계속 배우려고 노력한다. 오늘도 그가 나보다 몇 가지 더 잘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앞으로 그 부분을 개선하면서 준비하겠다. 난 또 다시 알카라스를 상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