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녀 간 수명 차이는 단순히 생활습관이나 의료 수준의 차이가 아니라, 진화가 만들어낸 생물학적 설계의 결과라는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2일 과학계에 따르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를 비롯한 전 세계 15개 기관 공동연구팀은 최근 1100종이 넘는 포유류와 조류의 수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암컷이 수컷보다 오래 사는 경향은 인간만의 현상이 아닌 진화적 결과라고 밝혔다.
연구 내용을 보면 포유류의 암컷은 수컷보다 평균 13% 더 오래 살았고, 반대로 조류에서는 수컷이 암컷보다 약 5%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차이는 염색체 구조, 짝짓기 경쟁, 육아 방식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성염색체의 구조다. 포유류의 암컷은 X염색체를 두 개 가지고 있지만, 수컷은 X와 Y염색체를 각각 하나씩 가진다. ‘이형접합 성(heterogametic sex)’ 가설에 따르면 X염색체가 두 개인 암컷은 한쪽의 돌연변이를 다른 쪽이 보완할 수 있어 질병에 강하고 수명이 길다. 반면 수컷은 보완 장치가 없어 유전적 손상에 취약하다.
조류에서는 이 구조가 반대다. 암컷이 Z와 W염색체를 갖는 반면 수컷은 ZZ염색체를 가진다. 따라서 조류의 경우 수컷이 더 오래 사는 경향이 나타난다. 실제로 연구에 포함된 포유류의 72%는 암컷이, 조류의 68%는 수컷이 더 오래 살았다. 다만 맹금류처럼 암컷이 더 크고 오래 사는 예외도 있었다.
또 다른 요인은 짝짓기 경쟁과 양육 방식이었다. 사자나 고릴라처럼 수컷 간 경쟁이 치열한 종은 수컷의 평균 수명이 짧았다. 경쟁 과정에서 부상, 스트레스, 면역 저하가 잦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일처제 조류처럼 경쟁이 적은 종에서는 수컷이 오히려 더 오래 살았다.
양육도 장수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포유류는 암컷이 새끼를 기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생존 기간이 길수록 자손의 생존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암컷의 장수는 진화적 선택의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검증됐다. 연구진이 전 세계 동물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외부 스트레스가 적은 환경에서는 암수 간 수명 차이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인간 사회에서도 의료 환경과 생활 수준이 개선될수록 남녀 수명 격차는 좁혀졌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연구를 이끈 요한나 슈타르크 박사는 “수컷과 암컷의 수명 격차는 단순한 문화나 생활습관의 산물이 아니다”며 “이는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생물학적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여성은 왜 남성보다 오래 사는가’라는 오랜 질문에 대한 진화적 해답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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