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도로공사가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건설 기술을 고속도로 현장에 적용하며 도로 시공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건설정보모델링(BIM)과 장비 자동화 기술을 결합해 설계부터 시공, 품질관리까지 전 과정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12일 도로공사에 따르면 도공은 도로 분야 최초로 국토교통부 '스마트건설 지원사업'에 선정돼 서산아산건설사업단 대산~당진 구간에 자동화 토공 시스템을 적용 중이다.
해당 구간 공사에서는 군집 드론과 자율주행 측량차량이 지형을 3차원 디지털맵으로 구현하고, AI가 장비의 위치와 경로를 계산해 토공작업을 자동 제어한다. 기존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측량과 시공 과정을 AI가 분석·보정하면서 작업 효율이 30% 이상 높아졌고, 장비 운전 숙련도와 관계없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도로공사는 실증 노하우를 확산하기 위해 민간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현대엠시스템즈와 함께 자동화 건설장비용 AI 안전솔루션을 공동 개발했으며 이 기술은 이후 현대엠시스템즈가 볼보에 수출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AI 건설 안전 기술이 글로벌 장비 브랜드에 적용되면서 민관 협력 모델이 해외 시장에서도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는 셈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AI가 시공의 정밀도와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며 “자동화 기술이 건설현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스마트건설 기술은 시공 자동화를 넘어 데이터 인프라 개방으로 확장되고 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유휴부지에 지방분산형 AI 공공데이터센터를 구축, 민간 데이터 실증 기반을 넓히고 있다. 도로·교통·야생동물 등 16종 데이터를 선도 개방해 창업팀 18곳이 신규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졸음운전 예측, 차량 부품 추천, 보험비 절감, 교통약자 지원 등 도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민감데이터 활용을 위한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과 데이터 안심구역도 운영 중이다. 기업이 개별 차량 이동경로나 도로 상태 정보를 안전하게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서 교통·물류 신기술 실증이 활성화됐다. 내년에는 개인정보 이노베이션존을 열어 가명정보 기반의 기술 실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도로공사는 이번 실증과 관련 AI 기반 혁신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인공지능 혁신대상'에서 종합대상을 수상했다.
공사 관계자는 “고속도로가 더 이상 단순한 교통 인프라가 아니라 국가 AI 생태계를 이끄는 산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데이터와 기술이 연결되는 새로운 도로 시대를 통해 AI 건설 기술이 활용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