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회사의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에 있어 AI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 설정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영전략과 ROI(투자수익률) 등 구체적 성과 지표 없이는 '기술 도입' 이상의 의의를 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AI 도입 초기 단계인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도 이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26일 글로벌 컨설팅사 KPMG는 '인텔리전트 뱅킹(Intelligent Banking)' 보고서를 통해 AI 도입 기반 수익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핵심성과지표(KPI)나 ROI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현재 은행들은 챗봇, 개인화 마케팅 등에서 생성형 AI를 활용 중이나, 실질적 가치 실현은 극소수”라며 “AI를 단순 비용 절감이나 리스크 완화 도구로 쓰기보다 성과를 내는 전략적 가치 창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도입 후 비용 절감을 실현했다는 응답은 68%에 달했다. 반면, 매출 증가 효과를 경험한 은행은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이는 실제로 은행권에서 AI가 전략적 가치 창출보다 비용 효율화 수단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KPMG는 전략과 ROI 지표 없이 AI를 도입한 조직은 AI 도입 1단계인 'Enable'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금융권 AI 도입 3단계로 △Enable(기초 기반 구축) △Embed(업무 통합 및 확산) △Evolve(비즈니스 모델 진화)를 제시했다.
실제 'Evolve' 단계 기업들은 AI 기반 매출 창출과 대고객 비즈니스 운영까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자산운용 등을 지닌 중국 '핑안'은 2023년 기준 AI 기반 상품 매출로 약 2020억 위안(약 39조원) 매출을 달성했다. JP모건 역시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AI를 통합해 스마트 계약을 자동화하는 등 비즈니스 성과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명확한 '경영 전략'과 'ROI 정의' 없이 AI를 도입할 경우 기술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략 없이 도입되는 AI는 단기 효율성은 확보할 수 있어도, 장기 경쟁력 확보에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5대 시중은행 중 AI 관련 성과 지표를 마련한 곳은 부재한 상태다. 일부 은행이 AI가 인력을 대체하거나 효율화를 유도하는 간접적 효과에 대한 정성적 전망은 수립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정의한 정량 평가 체계는 아직이다.
은행권은 현재 AI 기술 도입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일정 수준 이상으로 AI 활용이 확대되면 구체적인 성과 평가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일부 은행은 ROI 등 AI 관련 정량 지표 설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설계하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AI 관련 투자 성과와 사업 효능에 대한 정량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내부적으로 공감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당장은 AI 활용 범위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향후 구체적인 재무 효과나 ROI 기준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