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감사원) 정책감사나 (검찰) 수사 등을 명목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를 괴롭히고 의욕을 꺾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전 정부에 대한 ‘정책감사 폐지’ ‘직권남용죄 수사 남용 개선’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사정기관의 표적 감사·수사를 차단하고, 일하는 공직사회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보복과 국론 분열의 악순환을 끊는다는 점에서 의미를 평가할만 하다.
이 대통령의 신중한 사정권 행사 지시는 정치 감사·수사 논란이 반복되면서 공직사회의 사기 저하와 복지부동이 심각하다는 문제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요즘 공직사회는 복지부동도 아닌 낙지부동”이라고도 했다. 이래선 민생·경제의 어려움 타개를 위한 적극 행정도, 국정과제의 속도감 있는 집행도 어렵다고 보았을 것이다. 정부 정책을 수행했다고 징계·처벌을 받는다면 어떤 공무원이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정책감사와 직권남용죄 기소를 통한 전 정권 사정은 감사원·검찰이 정권 옹위기관으로 전락한 윤석열 정부에서 극에 달했다.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부동산 통계조작 의혹, 사드 배치 기밀 유출 등으로 문재인 정부 인사 수십명을 기소했다. 그러나 월성 원전 자료 삭제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들은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지난 16일 ‘문재인 정부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 사건 공판에선 검찰이 ‘변동률 조작’을 ‘변동률 수정’으로 공소장을 고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이러니 누가 봐도 임기 내내 실정을 거듭했던 윤석열 정권이 여론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벌인 정치보복 감사·수사라고 하지 않겠는가.
본래 정책감사나 직권남용 수사는 국가의 위법한 정책 결정을 시정하고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 넣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 보복성 감사·수사는 그 자체가 위법한 직권남용이다. 그 표적이 된 공직자는 무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장기간의 소송으로 패가망신에 가까운 타격을 입게 된다. 인권적 차원에서라도 정책감사와 직권남용 수사는 자제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고의적 정책 실패나 권한 남용에 면죄부를 줄 우려도 있는 만큼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어떤 제도도 완벽한 것은 없고, 결국 사람이 문제다. 이재명 정부의 감사·수사 개선 추진이 정치적인 이유로 공직사회를 위축시키는 폐단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