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제압 아닌 배려·교감·공감
무술의 진짜 매력 한몸에
무술영화를 보고 난 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내가 영화 속 주인공처럼 멋지게 무술을 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나요. 무술은 단순히 힘과 기술만 겨루는 스포츠가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된 민족의 정신과 철학 등이 응축된 문화적 유산으로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세계적인 문화 콘텐트로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도 지니고 있죠. 무엇보다 심신 단련과 자기 보호 목적 등으로 잘 사용할 때 무술의 진가를 느끼게 되는데요. 영화나 TV로만 보던 고수들의 화려한 무술을 직접 배워본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운동도 되고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도 있는 무술에 직접 도전해 봤습니다.

무술에도 유행이 있어요. 1970~80년대에는 중국 무술 쿵푸가 큰 인기였죠. 액션스타 이소룡의 영향이 컸고 그다음으로 성룡이 1978년에 영화 ‘취권’을 대히트시킨 덕이죠. 1989년에는 ‘어벤져’라는 킥복싱 영화가 흥행하며 킥복싱 체육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우리 것이 최고라는 인식과 함께 우리 무술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며 해동검도가 혜성처럼 등장했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도에는 경호무술이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2008년에는 경호무술의 열기가 시들고 주짓수와 삼보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특히 주짓수는 꾸준히 성장해 지금은 아시안게임 메달 종목으로까지 발전했어요. 2010년엔 원빈 주연의 영화 ‘아저씨’ 흥행과 함께 영화에 나온 필리핀 전통 무술인 칼리 아르니스가 보급되기 시작했죠. 최근에는 창시 무술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한국 무술계의 변화를 살펴보면 영화·드라마 등의 영상매체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알 수 있어요.
많은 사람이 화려한 무술 세계를 다룬 영상이나 이를 활용한 영화를 보며 무술에 관심을 가지고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무술은 주변에서 쉽게 접하기 힘들고, 아무나 도전할 수 없을 것만 같아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무술은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해 왔고, 누구나 배울 수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무술의 세계를 접해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충북 청주시 서원구에 있는 하울링세계무술을 찾았어요.

남녀노소 다 가능···무술 선입견 깨기
세계 각국 무술 기술과 전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무술 기술을 가르치는 김대영 대표가 반갑게 맞았습니다. “지금까지의 무술은 자국적인 의미가 강하고 전통적인 계승과 보존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어요. 그러나 시대와 의식이 급변하면서 이것만으로는 무술을 지켜나가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죠. 사람들은 하나의 종목만을 오랜 시간에 걸쳐 배우려 하지 않고, 영화에서 본 종합적인 무술을 궁금해해요. 무엇보다 무술의 경계가 사라지는 변화에 발맞춰 나라 간 무술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무술 기술을 한번에 배울 수 있게 가르치고 있어요.” 김 대표의 설명을 들은 김민영·박건우·홍원교 학생기자가 무술과 무술인의 길에 관해 궁금한 점을 해결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민영: 동양 무술과 서양 무술에 차이점이 있나요.
동양 무술은 기운·내공·정신 이런 걸 많이 강조한다면 서양 무술은 신체적인 거나 보여지는 형태의 어떤 강인함, 외향적인 형태를 많이 강조한다고 보면 돼요.
원교: 게임·웹툰·영화 등 대중문화 속 무술 표현이 실제 무술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비현실적이라는 거겠죠. 인간이 할 수 없는 영역을 많이 보여주잖아요. 사람이 그렇게 높게 날 수도 없고 공중에서 오래 머물며 발차기를 수십 번 찰 수도 없죠. 게임에 나오는 동작을 사람이 따라 하는 건 쉽지 않아요.
원교: 무술 수련이 어린이·청소년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무엇인가요.
무술을 할 때는 공격도 상대를 보면서 해야 하거든요. 내 몸이 통제되지 않으면 원래 때리려고 한 게 아닌데 때리게 되고 나도 모르게 상대를 공격하게 되죠. 그래서 훈련을 통해 인내, 정서적 안정, 자기 조절 능력이 향상됩니다. 또 지금은 무술을 해서 싸우라는 게 아니에요. 살면서 생각보다 싸울 일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내가 넘어질 일은 꽤 많은데 낙법을 배우는 사람이 넘어지면 그래도 좀 덜 다쳐요. 안 배우는 사람보다는 낫겠죠. 전 이런 게 무술을 써먹을 수 있는 실제 상황, 제일 현실적인 얘기라고 생각해요.

민영: 청소년에게 추천하고 싶은 무술이 있다면요.
초보자 입문용으로는 택견이 좋아요. 리드미컬하고 근육에 힘을 많이 안 쓰기 때문에 관절에 무리가 없죠. 추천하고 싶은 무술은 합기도인데 방어 기술에서 관절기를 기본으로 해요. 관절 꺾고 비틀고 이런 게 다 관절기죠. 술기라고도 하는데, 관절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술들이 배우기 쉽고 익히기 수월하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죠.
원교: 청소년들이 무술을 수련하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나 대표님이 강조하시는 태도는 무엇인가요.
상대방을 배려하고 교감하며 공감해야 하고 무시하면 안 돼요. 무술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서 때리고 제압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재미있는 운동을 하며 교감하는 거예요. 무술을 통해 서로 교류하는 거죠.

건우: 자신에게 맞는 무술을 찾는 방법이 궁금해요.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이걸 좋아하는가’입니다. 내가 좋아하면 맞는 무술이죠. 근데 무술 중에 좋아하는 게 없으면 안 맞는 거예요. 운동을 선택할 때는 항상 좋아하는 걸 선택하세요. 그래야 힘들어도 하게 되고 하기 싫어도 하게 되고 포기하지 않죠. 끌려가듯 하는 운동은 의미가 없어요. 무술이 아니라도 내가 진짜 좋아하는 운동이 있으면 그거를 하면 돼요.
민영: 세계 무술을 시스템화해서 가르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다 자기 무술이 최고라며 여태까지 지켜왔고 그 기술만 해야 한다고 그랬어요. 근데 이제 시대도 많이 바뀌고 유튜브 같은 채널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나 무술 등도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까 무술의 경계가 없어졌어요. ‘나는 꼭 합기도만 배워야 돼’ 이렇게 고집하는 친구가 이제는 거의 없죠. 만약 태권도라는 이름을 걸고 도장을 운영하면 쌍절곤도 못 가르치고 봉도 못 가르치죠. 태권도 하는 데 무기 쓰면 안 되잖아요. 내가 아무리 뭔가를 더 배워도 가르칠 수가 없어요. 스스로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다 앞으로는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무술이 좋으니까 다양한 무술을 배울 거고 그걸 다 받아들여서 세계 무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다 가르칠 수 있죠. 발차기·타격기·무기술·낙법 등 여러 무술에서 다양한 기술을 다 넣어서 가르치는 겁니다.

건우: 대표님이 할 수 있는 무술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혼자 연마한 건 더 많지만 지도자 자격을 가진 건 칼리 아르니스, 시스테마, 크라브마가, 사바테, 실랏, 합기도, 특공무술, 택견, TKDD(태권도 디펜스), ITF 태권도, 도수박타 등 11가지죠.
건우: 세계의 무술과 상호 교류하는 가장 큰 목적과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무술인으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마음가짐이 궁금해요.
가장 큰 목적은 비용입니다. 개인이 직접 그 나라에 가서 어떤 무술을 배우려면 비행깃값부터 돈이 많이 들어요. 무술의 길을 계속 걸어온 나 같은 사람이 직접 자격을 따고 그거를 일반인들이 배울 수 있게끔 하는 거죠. 그게 어떻게 보면 제가 세계의 무술과 상호 교류하는 큰 목적이고 무술인으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마음가짐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 항상 처음과 같은 마음 자세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하죠.
민영: 어떻게 무술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나요.
다섯 살 때 엄마 손에 이끌려 합기도 도장에 갔어요. 열심히 다니면서 꾸준히 운동하고 다른 것도 배우며 자격증을 따고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죠. 이후 2000년대 초반 충주에서 열린 세계무술축제 때 세계의 여러 무술을 초청해서 축제처럼 교류하는 걸 보고 외국 무술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됐죠.
원교: 세계무술을 수련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무술은 무엇이었나요.
필리핀 무술인 칼리 아르니스. 필리핀에서는 아르니스라고도 하고 에스크리마, 칼리라고도 부르죠. 우리나라의 사투리처럼 섬마다 부르는 게 달라요. 우리나라에 관련 단체가 여러 개 있는데 서로 이름을 구분하기 위해 칼리하고 아르니스를 합해 칼리 아르니스라고 부르죠. 저는 그쪽 단체에 소속된 친구들과 운동하고 있어요. 스틱과 나이프 기술이 인상 깊었는데, 우리나라 무술에서는 없었던 종류의 무기술이라 매력 있게 다가왔죠. 우리나라는 봉과 쌍절곤, 검은 장검을 주로 이용했고, 짧은 나이프는 잘 이용하지 않았거든요.

건우: 가장 자신 있는 무술은 무엇인가요. 세계 무술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요.
모든 무술에 다 자신이 있고 그만큼 자부심이 있습니다. 어려웠던 점은 아무래도 무술을 다양하게 배우다 보니까 처음에 접할 때가 항상 제일 힘들어요. 내가 원래 했던 몸에 익은 기술들이 있잖아요. 근데 뭘 새롭게 배우러 가면 다 비우고 가야 하거든요. 외국 무술 배우러 갔는데 내가 태권도를 오래 했다고 다 태권도 동작처럼 하면 안 되겠죠. 제대로 배울 수 없잖아요. 가지고 있는 걸 비우고 가는 게 어려웠어요.
원교: 무술은 나이에 제약이 있나요.
무술은 남녀노소 다 배울 수 있어요. 어리다고 못 배우고 이런 건 아니에요. 약간 이런 데는 전문가가 와야 할 것 같다는 등 선입견을 가진 것 같은데, 가르쳐주는 사람이 얼마든지 맞춰서 가르쳐줄 수 있기 때문에 운동 못 한다거나 노약자, 어리다고 안 되는 건 없어요. 대신 너~무 어린 나이나 너~무 많은 나이는 안 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죠. 나이가 많으면 조금만 움직여도 뼈 부러지고 그럴 수 있으니 간단하게 걷기 운동하시는 게 맞고, 너무 어린 나이에 운동을 시작하면은 체형이 바뀌어버릴 수도 있어요. 더 빨리 그만둘 수도 있고요. 이때는 운동보다 뛰어노는 놀이를 많이 하는 게 좋아요. 물론 원래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타고난 친구들은 괜찮을 수도 있지만요. 보통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해도 안 늦죠. 오히려 그렇게 해야 중·고등학교까지 흥미를 안 잃고 할 수 있어요.
민영: 무술 사범(강사)이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몇 급이나 몇 단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을 거예요. 급하고 단은 원래 유도에서 나온 건데 태권도에서도 도입해서 쓰다가 이제는 도장이라면 다 쓰죠. 택견에서는 한 동, 두 동, 동이라고 하고요. 단은 보통 9단까지 있는데 4단까지 따면 사범 자격증을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기본 4단을 가지고 연수를 받은 다음 시험에 합격하면 사범증이 나옵니다.

건우: 대표님처럼 무술인의 꿈을 가진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평소 많이 쓰는 말이 있는데 ‘강한 게 오래 가는 게 아니고 오래 가는 게 강한 거다’. 제가 어릴 때 저보다 운동 잘하는 사람 엄청 많았어요. 저는 중간 정도도 안 됐죠. 그러다가 중학교 때는 시범단도 하며 점점 실력을 인정받고 지금에 와서는 저만 남았어요. 다들 중간에 포기해서 우리 스승님 제자 중에 저밖에 안 남았죠. 끝까지 가니까 지금은 스승님한테도 인정받고 무술계에서도 인정받고 그러니까 끝까지 가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오래 가는 게 강한 거지, 강한 게 오래 가는 거 아니라는 거 알아두세요.
원교: 앞으로 무술 발전을 위해 어떤 계획이나 꿈이 있으신가요.
사람들이 무술에 선입견이 있기도 하거든요. 맨날 자기들끼리 싸운다고 좀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무술도 이제 많이 변화를 갖고 노력하고 있어요. 건강을 위해서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든 무술을 운동으로 배우는 것도 좋잖아요. 혹시라도 위험한 순간에 도움될 수도 있고, 그런 긍정적인 면을 많이 알리고 싶어요. 예전엔 무술 도장이 빌딩 상가보다 주택가 사이에 많았어요. 그 정도로 생활에 밀접했거든요. 그때로 돌아가는 게 꿈이에요. 무술이 사람들 생활의 한 부분에서 밀접하게 있는 게 목표고 계획이죠.
나를 지킬 수 있는 무술 배워보기
이제 직접 무술을 배워볼 시간입니다. 평소 운동을 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원교 학생기자는 태권도와 특공무술을 배웠었고, 건우 학생기자는 해동검도를 하고 있다고 했죠. 민영 학생기자는 초등학교 1~2학년 때 태권도를 배웠다고 했어요. 김대영 대표가 “전 특공무술, 태권도, 해동검도 6단이에요. 세계의 무술을 살펴보면 크라브마가·시스테마는 맨몸 근접 격투, 칼리 아르니스는 칼 같은 무기를 다루는 기술 등 할 게 굉장히 다양해요. 짧은 시간에 배우는 게 쉽지 않지만 최대한 집중해서 배워보도록 해요”라고 얘기했습니다. 어떤 기술을 가장 배우고 싶냐는 질문에 원교 학생기자가 “맨몸 기술이요”라고 답했죠.

먼저 도복 바지로 갈아입은 다음 준비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준비 운동은 근육을 부드럽고 탄력 있는 상태로 만들어주죠. 적절한 자극을 줌으로써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충분한 에너지 공급과 피로 물질을 제거하는 시간을 단축해 근육의 탄력을 높이고 운동 자극에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킵니다. 갑자기 운동하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몸을 풀고 스트레칭을 하는 준비 운동이 가장 중요해요. 김성후 사범의 구령에 맞춰 손목 털어주기, 손목 비틀어주기, 주먹 쥐었다 펴기를 한 뒤 목부터 팔·가슴·어깨 풀어주기를 이어서 했어요. 등과 배를 단련하기 위하여 허리를 앞뒤로 구부렸다 젖혔다 하는 등배운동, 온몸 돌리기, 앉았다 일어서는 다리운동, 무릎 돌리기, 발목 돌리기까지 준비 운동만 30분 정도 하니 소중 학생기자단의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죠.

김 대표가 “아직 어리지만 몸이 벌써 굳어진 게 느껴지죠. 더 굳어지지 않으려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해요. 지금 하면서 호흡은 크게, 숨을 멈추면 안 돼요. 스트레칭 할 때는 근육이 이완돼야 되는데 자꾸 숨을 멈추면 긴장된 상태가 유지되거든요”라고 조언했죠. “무술 할 때는 충분히 준비 운동을 하고, 몸을 만들어줘야 기술이 좋아져요. 세계 최고의 기술은 없어요. 사람 몸이 중요하죠. 기술을 아무리 배워도 어떤 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거든요. 지금 한 것 중에 생소하거나 모르는 동작 없죠. 이걸 매일 해주면 몸이 뻣뻣해지지 않으니까 평상시에도 자꾸 풀어주려고 노력하세요.”

준비 운동을 마치고 맨몸 기술을 본격적으로 배워봤습니다. “해외에서 손을 쓰는 기술을 엠티핸드(Empty Hand)라고 하는데 영문 그대로 빈손이란 의미입니다. 지금 배우는 기술에 방어·타격기·관절기 다 들어가 있어요.” 공격해 오는 상대 주먹을 손바닥으로 쳐내고, 상대의 팔뚝이나 팔꿈치를 공격하는 형태를 배웠죠. “이걸 상대와 주고받듯이 연습하는 걸 엠티핸드 드릴이라고 해요. 한 번씩 주고받으며 연습하다가 숙달되면 빨라지죠.”


김 대표와 김성후·임유진 사범이 한 명씩 밀착 지도를 하며 손기술을 익혀봤습니다. 상대의 주먹이 들어오면 손바닥으로 막고 반대편 팔로 상대의 팔을 쳐내고 또 반대편 팔로 상대의 팔을 내려 다운시키는 동작을 반복하며 따라 했고, 손을 묶어서 못 쓰게 눌러두는 락킹 동작까지 해봤죠. 이를 무한반복하며 좀 더 빠르게 할 수 있을 때까지 따라 해봤어요.

셀프 디펜스 개념으로 주먹이 들어왔을 때 손으로 방어하며 머리 뒤로 밀어 막아주는 동작도 배웠습니다. 여러 가지 형태로 방어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다음으로 몸을 돌리면서 상대의 팔에 손을 걸치고 반대 팔로 상대의 손을 꺾이게 하는 기술을 배웠어요. “너무 세게 하지 말고 살살해도 돼요. 무술은 제압용이지 뼈 부러뜨리려는 게 아니잖아요. 우린 수련이 목적이지 상대를 다치게 하려는 게 아니니까요. 어떻게 보면 무술에서 제일 힘든 게 맨몸 기술이에요. 셀프 디펜스 개념이고 방어·관절기·타격기도 되어야 하죠.” 김 대표가 상대의 손을 꺾은 다음 상대가 올라오려고 하면 머리를 돌려서 제끼고 무릎으로 치는 마무리 동작도 시범 보여줬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열심히 따라 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 눈빛이 좋아지네요. 아까는 잘 안되니까 자신감이 없었는데 이제 자신감이 몸에 붙었어요”라고 말했죠. 민영 학생기자가 “머리는 외웠는데 몸이 잘 안 돼요”라고 얘기했어요. “그래서 지금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하잖아요. 여기 와서 하나라도 얻어가면 좋으니까 열심히 해서 하나라도 몸에 익혀가세요.”

맨몸 기술에 이어 무기술도 배워봤습니다. “칼리 아르니스에서는 라탄 스틱을 사용하는데 동남아시아에 라탄 나무가 많기도 하고, 줄기 나무 형태라 스틱을 때려도 뚝 부러지지 않고 터지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아요. 우리가 쓸 건 바톤이라고 연습용으로 공장에서 만든 스틱입니다. 자기방어용으로도 쓸 수 있고 디펜스 기술을 배울 때 사용하죠.”

TKDD라는 태권도 기술에서 응용한 바톤 디펜스 기술을 배워봤어요. 각자 바톤을 들고 비교적 간단한 8개 동작을 하며 모든 공격을 막는 법인데, 막은 다음 바톤을 가운데로 위치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 머리·팔·가슴·다리 등 다양한 곳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바톤을 이용해 막아봤죠. “스틱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가방을 메고 있으면 가방을 잡아서 하면 되고, 생수병이나 들고 있는 거 아무거나 되죠. 이 동작 8개로 주먹이든 무기든 뭐든 쳐낼 수 있고 간단한 기본적인 건 다 할 수 있어요.”

각자 사범들과 8개 동작을 반복 연습하며 몸에 익힌 다음 소중 학생기자단끼리 마주 보며 한 명은 공격하고, 한 명은 방어하는 기술을 연습하기도 했어요. 김 대표는 움직이면서 막는 것, 방어하고 바로 공격하는 것 등 다음 단계가 쭉 있지만 지금 하는 게 가장 기본 동작이니 틈날 때마다 일상 소품들로 연습하라고 했죠.

무술을 보면 칼을 이용하는 기술이 많은데요. 양쪽에 날이 있는 칼은 검, 한쪽에만 날이 있는 건 도라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단도술·단검술 등으로 말하고 해외에서는 나이프 기술이라고 그러죠. 오해할까 봐 얘기하는데, 나이프 기술은 공격하라는 게 아니에요. 공격 기술은 군인들이 주로 배우고, 여러분은 방어한다는 생각으로 한번 배워본다고 생각하면 돼요.” 일반적으로 손잡이를 잡는 걸 해머 그립이라 하고, 손잡이가 있는 아래쪽을 누르듯이 잡는 걸 세이버 그립, 칼등을 누르듯이 잡는 걸 필리피노 그립, 칼을 거꾸로 잡는 걸 백 그립이라고 합니다. 칼을 잡는 그립법과 용도에 따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설명 듣고 연습용 플라스틱 나이프를 이용해 공격을 막는 김 대표의 시범을 먼저 지켜봤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9개 동작으로 피하고 튕겨내고 막는 기술과 응용 동작까지 살펴본 후 기본 방어 기술을 익혔어요.

마지막으로 권총을 활용한 기술을 살펴봤습니다. 상대가 근접거리에서 총구를 겨눴을 때 총을 제압해서 뺏기 위해선 총구 방향을 돌리면서 동시에 손을 쳐내는 게 중요했어요. 상대 팔을 꺾어 제압하는 법,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머리에 총구가 다가왔을 때 몸을 돌려 총구를 빼내고 상대에게 총을 뺏는 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었죠. “뺏는 방법이 굉장히 다양하죠. 이 기술이 칼리 아르니스다 크라브마가다 딱 말할 수 없는 게 어떻게 뺏느냐에 따라 이건 칼리 아리니스에 가깝고, 다르게 하면 크라브마가 방법인 거예요. 몸의 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는 거죠. 실랏은 칼을 많이 써서 권총으로는 잘 안 하고 우리나라 무술도 권총은 없죠. 특공무술에서만 조금 사용하고요.” 간단하게 총을 잡는 법과 상대에게 쉽게 뺏기지 않는 법도 배울 수 있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가장 간단한 총구를 옆으로 돌리고 상대의 팔을 제압해서 뺏는 법만 직접 해봤어요. 다양한 무술 기술을 배우며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 나를 지킬 수 있는 기술로 무술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요.


세계의 다양한 무술들
TKDD(태권도디펜스)
대한민국 무술로 스포츠로써의 태권도보다는 무도로써의 기술을 발전시켜 현재 세계 206개국에서 수련 중인 태권도의 호신과 실전성에 중점을 두고 개발되었어요. 힘이 약한 어린이나 여성들을 위해 태권도의 동작과 다양한 도구 및 장비를 활용해 짧은 시간 수련에도 효과적인 호신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 상황에서 맨손이나 나이프, 몽둥이 등 여러 무기를 사용하여 위험을 가하는 상대방으로부터 나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게 도와요.
칼리 아르니스(Kali Arnis)
필리핀의 전통무술이며 칼리(Kali)·아르니스(Arnis)·에스크리마(Eskrima·Escrima)로도 불립니다. 칼이나 짧은 봉을 사용하는 단순한 무기술로 보이지만 맨손을 이용한 격투술도 포함된 무술로 오랜 세월에 걸쳐 발전되었으며 실전을 통해 증명되었죠. 세계 여러 나라에서 호신술로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저씨’ 등의 영화 무술로 선뵈며 많이 알려졌죠.
크라브마가(Krav Maga)
이스라엘 근접 격투술. 이스라엘 방위군 공식 무술로 히브리어로 ‘근접 전투’라는 의미입니다. 타격·유술·그래플링 기술의 복합형으로 공격성이 강한 무술이죠. 타격은 유술이나 그래플링 기술로 마무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며 빠른 제압을 선호합니다. 주먹과 팔꿈치를 이용한 기술이 많으며 360° defense는 기본 방어 기술로 유명합니다.
시스테마(SYSTEMA)
러시아 특수부대 무술로 종합격투체계(CQC)입니다. 소련 시절 개발한 군용 격투기를 기초로, 여러 전통무술 기법을 첨가해서 다듬어졌죠. 공격에 대한 방어 및 공격을 여섯 가지 신체 부위(팔꿈치·목·무릎·허리·발목·어깨)에 초점을 맞추어 수련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대적 자기방어 시스템 원리를 적용하면서 정형화된 패턴이나 설정된 동작 수련을 추구하지 않죠.
사바테(SAVATE)
프랑스 무술로 사바테는 ‘오래된 신발’이란 뜻이에요. savate boxe(프랑스 킥복싱), savate defence(프랑스 군·경 특공무술), la canne(프랑스 검술), 음악에 맞춰 패턴화시킨 savate form의 4가지로 나눠지며 호신술로 canne defence가 있습니다. 그중 사바테 킥복싱은 신발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상대에 대한 킥을 운영한다는 여타 킥복싱 종류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신발 착용이 의무예요.
실랏(SILAT)
고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실랏은 생존과 전투의 투쟁적인 기술에서 비롯돼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태국 남부·필리핀 서부 등에 널리 퍼진 전통무술로 저마다 특징을 가지고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요. 싸우는 기술뿐 아니라 silat pulut처럼 춤의 형태, 우아한 공격과 방어를 위한 seni(예술), 번개 단어에서 유래한 kilat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련되죠. 실랏 수련자들은 번개의 속도, 힘, 날카로움, 유동성, 위험성 등의 특성을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동행취재=김민영(충북 충북여중 1)·박건우(경기도 판교초 5)·홍원교(경기도 늘푸른중 2)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이번 취재로 잘 몰랐던 무술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위기 상황 대처법으로 스틱으로 공격을 막는 것, 맨몸으로 막는 것, 총으로 위협을 당했을 때 대처법 등을 재밌게 배웠죠. 위험한 상황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술 수련을 하면 인내심과 자기 절제력을 기르면서 흥분을 가라앉혀 더 차분해질 수 있다고 해요. 무술인으로서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배려·공감과 같은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죠. ‘강한 것이 오래 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가는 것이 강하다’라는 대표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무술에 더 관심이 생기며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민영(충북 충북여중 1) 학생기자

저는 해동검도라는 한국 전통 무예를 배우고 있어서 이번 취재가 더욱 흥미롭고 기대됐어요. 맨몸 기술을 비롯한 무술의 기본 동작들을 배웠는데 무술은 기본 동작에서 계속 응용해 나간다고 합니다. 특히 권총술이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영화에서 나올 법한 동작들을 직접 배운다는 것이 새롭고 경이로웠죠. 무술을 수련하면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심신을 단련하고 정서적 안정까지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무술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게 되었고 또 무술을 배울 때 가장 중요한 ‘초심을 잃으면 안 된다’는 대표님의 말씀이 각인됐어요. 국제화 시대에 세계 여러 나라의 무술이 자유롭게 상호 교류하며 각각의 전통과 얼이 잘 보존되어 계속 이어져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건우(경기도 판교초 5) 학생기자

처음 접해보는 무술, 세계의 무술에 대한 특징을 알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죠. 그중 시스테마의 부드러운 동작 기술이 흥미로웠어요. 제일 기억에 남았던 것은 영화에서 나올 법한 눈앞에서 총을 빼앗는 동작이었는데 실전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죠. 무술 도장은 단순히 신체만을 단련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도 수련하는 것이라는 점을 대표님을 통해 또 한 번 알아가는 시간이었고 심신수련이 필요한 소년중앙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홍원교(경기도 늘푸른중 2) 학생기자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김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