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대 아래로 물이 뚝뚝?…2천원으로 뚝딱 해결

2025-02-08

자취 생활 1년 차의 일이다. 어느 날부턴가 세면대 아래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건만, 고이는 물의 양이 하루하루 늘어갔다. 머지않아 근원지를 찾았다. 온수를 공급하는 호스가 낡아서 터진 것이었다. 일단 밸브를 잠갔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손 씻는 데 따뜻한 물이 왜 필요해? 온수를 안 쓰면 난방비도 아끼고 좋지. 전문 회피꾼의 사고방식이었다. 그러다 어느새 겨울이 됐다. 단열이 안 된 옥탑의 욕실은 뼈가 시리도록 추웠다. 얼음을 막 녹인 듯한 냉수로 손을 씻으면 손마디가 얼어서 타자를 치기가 힘들었다. 그 지경이 되어서야 슬슬 문제를 해결할 마음이 들었다.

수리비가 얼마나 나올까.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모르는 사람이 집에 오는 것도 싫은데 그 사람에게 돈을 줘야 한다니. 오히려 내가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면서 인터넷을 검색했다. 페이지를 넘기다가 ‘셀프 수리’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직접 해결할 수 있다고? 반신반의하며 후기를 뒤졌다. 성공한 사례가 꽤 많았다. 문제가 생긴 부분은 ‘고압호스’라고 부르는 부속이었다. 가격은 2000원대. 몽키렌치만 있으면 교체할 수 있단다. 동네 생활용품점으로 달려갔다. “세면대 고압호스 있나요?” 장부 정리 중이던 여자 사장님은 내 얼굴을 보지도 않고 즉답했다. “7번 라인 네 번째 칸 봐봐요.” 그 신속 정확함에 한번 놀라고, 빼곡하게 걸려 있는 고압호스에 두 번 놀랐다. 고압호스가 이렇게 메이저 아이템이었단 말인가? 집에 와서 몽키렌치를 찾았다. 녹슨 너트와의 사투 끝에 낡은 호스를 빼내고, 새 호스를 끼웠다. 물을 틀어 온수가 제대로 나오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감동은 상상을 초월했다. 손에 닿는 물이 따뜻해서? 아니, 그보다는 단돈 2000원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이 더 기뻤던 것 같다.

고압호스 교체 방법은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므로, 그림을 통해 구조를 먼저 알아두자. 몇 가지 팁을 더하자면 첫째, 기존 호스와 길이가 같은 제품을 구입한다. (대개 40㎝) 짧으면 연결이 안 되지만 너무 길면 꼬여서 빨리 터진다. 둘째, 세면대 안쪽은 깊고 좁아서 몽키렌치로는 힘을 쓰기 어렵다. 신문물인 ‘수전 전용 렌치(6000원대)’를 구입하자. 3시간 걸릴 일을 3분 안에 해치울 수 있다. 셋째, 너트를 조이는 손잡이가 달린 제품을 구입하면 맨손으로 설치할 수 있어 편리하다.

돌이켜 보면, 인생 첫 수리에 성공한 데는 다른 비결이 없었다. 그 일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아주 만만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만한 일들을 하나둘 찾아서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경험이 쌓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수도관 동파나 천장 누수처럼 즉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면, 조금 망설이고 미루어 보는 것도 괜찮다. 성공한 사례들을 찾아보고 구조와 방법을 알아두었다가, 어느 순간 그 일이 만만하게 느껴질 때 한 번 해보는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슬프지는 않으리라. 오래 생각한 만큼, 그 실패는 참 만만할 것이므로.

▲모호연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 일상 속 자원순환의 방법을 연구하며, 우산수리팀 ‘호우호우’에서 우산을 고친다. 책 <반려물건> <반려공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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