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작물 사용 허락 안받아도, 일단 쓰라는 AI전략위

2025-12-28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이하 전략위)가 창작자로부터 사전 사용 허가를 받지 않고도 인공지능(AI) 학습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선(先)사용 후(後)보상’ 방안을 추진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당한 보상구조를 왜곡해 창작 업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AI·콘텐트업계에 따르면 전략위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들과 논의 중이다. 전략위는 지난 15일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액션플랜)’ 초안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 내년 2분기까지 저작권법 개정안을 마련하라’ 권고한 바 있다. 전략위 데이터 분과장인 백은옥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지금은 법적 불확실성 때문에 AI 개발사들이 (데이터를) 안 쓰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있다”며 “‘선허락 후 사용’이 아닌 ‘선사용 후정산’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학습은 폭넓게 허용하되 (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진 저작권 ‘선사용 후정산’ 방식은 교육자료같이 특수한 목적에서만 제한적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저작권자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AI 학습에도 이를 적용하자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웹에 공개돼 저작권자를 파악하기 어려운 데이터, 저작권자가 명확하더라도 옵트아웃(정보수집 거부)이 표시되지 않은 저작물이 포함된다. 권고사항이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주재하는 전체회의에서 행동계획이 확정되면 사실상 그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전략위 관계자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저작권 협상이 이뤄지길 기다리면 수년도 더 걸릴 것”이라며 “해외 AI 모델들은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데이터는 모두 학습했다고 알려졌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는 위기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AI 경쟁에 뒤처진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라해도, 콘텐트 업계 반발은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문학, 미술, 방송, 사진 영화, 음악 분야 창작자 단체들은 “창작자가 제작한 콘텐트가 어떻게 AI 학습에 활용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당한 보상 체계 마련을 촉구해왔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관계자는 “정부와 산업계가 일방적으로 창작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사용료가 아니라 보상금을 지급하게 되면 창작자의 협상력이 떨어져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시열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는 “허락 없이 사용하게 하면 누가 좋은 콘텐트를 생산하려고 하겠나”며 “창작자와 기업 간 분쟁에 드는 비용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AI 학습의 공공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AI 개발이 교육만큼이나 공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오히려 해외 기업들이 국내 콘텐트를 학습해 이득을 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오픈AI의 사례를 들어 챗GPT가 일본 ‘지브리풍’의 AI 이미지 생성으로 막대한 수익을 냈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일본은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 허락이나 보상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 면책규정’을 도입한 대표적인 국가다.

뉴스 콘텐트의 AI 학습을 두고도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신문협회는 지난 4월 “생성 AI 학습을 위해 뉴스 콘텐트를 부당하게 이용했다”며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가 AI 개발에 사용한 데이터 중 뉴스는 13.1%다.

전략위는 다음달 4일까지 AI 행동계획 초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콘텐트 업계 우려에 대해선 옵트아웃 장치 마련, AI 학습 투명성 강화, 원본 재생 가능성 확인 조치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저작권자가 거부한 콘텐트에 대해선 학습할 수 없게 하고, 학습 범위를 공개해 창작자에게 도움이 되는 AI 생태계를 만든다는 취지다.

해외에서도 AI 학습의 저작권 면책규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유럽연합(EU)은 상업 기업에도 TDM 예외를 두고 있지만, 독일 법원은 지난달 오픈AI가 AI 모델에 노래가사를 훈련시킨 행위가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영국 정부도 2022년 영리 목적의 TDM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문화계 반발로 철회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AI 모델 훈련에 책과 뉴스 콘텐트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는 판결도 나왔다. 하지만 오픈AI 등 AI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유명 작가들의 저작권 침해 소송이 이어지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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