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 관련 법안,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다

2025-08-06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자동차, 스마트폰과 인터넷, 대중교통, 식탁 위 식재료까지 그 이면에는 수많은 기업의 생산, 유통, 서비스 활동이 존재한다. 비록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기업은 국민의 일상을 지탱하고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축이다. 그러나 지금 기업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국내외 경제 여건은 그야말로 험난하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더해 미국의 관세 인상 압박과 보호무역주의의 심화, 미·중 갈등, 고금리·고물가 등 복합적 위기가 겹치며 기업의 경영 환경은 한계상황에 몰리고 있다. 여기에 기업경영과 깊은 연관이 있는 노동, 세제, 상법 등 주요 제도의 급격한 변화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은 사면초가의 위기 속에 직면해 있다.

이미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주 52시간제 등으로 기업들은 상당한 행정적, 재정적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최근 국회에서 추진 중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 법인세 인상 논의는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지금이 코로나19 시기보다 더 힘들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는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다. 투자와 고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경제의 활력도 약화되고 있고 산업 생태계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제도 개선의 취지와 방향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속도와 방식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 입법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 없이 빠르게 추진된다면 기업의 예측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고 시장 전체의 불안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계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역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심각하다. 변화에 대응할 여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지역 일자리의 핵심 공급자이자 산업 생태계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 제도 설계 초기부터 중소기업의 현실적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지고, 지역 경제의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

세제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법인세와 같은 세율 변화는 단순한 재정 확보 수단이 아니라 국가의 투자 유인과 기업 활동의 동력을 좌우하는 중대한 정책 수단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지금, 각국이 세제 혜택을 통해 투자 유치에 나서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의 법인세 인상은 국내 기업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로도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은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다. 일자리 창출, 인재 양성, 환경 보호, 지역 상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며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 같은 역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경영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정책당국의 일방적인 추진이 아닌 균형 잡힌 시각이다.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따라서 급격한 정책변화보다는 정부와 국회, 노동계와 경영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오늘의 결정이 내일의 경제를 좌우한다. ‘살려달라’는 기업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우리 모두가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합리적인 선택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김정태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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