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표면적인 근로시간은 줄었지만, 회사 밖 비공식 노동이 늘어나 실질적인 노동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작 출시 등을 앞두고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고강도로 일하는 ‘크런치 모드’ 지속일수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업계 종사자 3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5 게임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9일 밝혔다.
종사자의 주 평균 공식 노동시간은 42.9시간으로 지난해(44.4시간)보다 줄었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 이뤄지는 비공식적 노동시간은 9.2시간으로 전년(5.7시간) 대비 3.5시간 늘었다. 보고서는 “표면적인 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비공식 노동의 증가로 실질적인 노동 부담이 지속되는 이중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근로시간 관리의 양적 개선은 이루어졌지만 질적 개선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크런치 모드 경험률은 35.5%로 지난해(34.3%)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1년간 크런치 모드 발생 횟수는 평균 3.8회, 모드 지속일은 16.2일이었다. 지난해 7.4일이던 지속일이 1년 새 2배 넘게 늘었다. 크런치 모드 시기 한 번에 지속된 총 노동시간은 평균 24.3시간, 이 시기 가장 길었던 일주일 노동시간은 47.3시간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중간 강도의 장기형 크런치’가 정착되는 추세”라며 “단기 강도는 다소 완화됐으나 반복적·장기적 집중근무가 산업 특성상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종사자들은 크런치모드 발생 이유로 상시적인 업무량 증가, 시스템 오류 등 예상하지 못한 변수와 경영진·관리자의 인력·예산·시간 관리 미흡 등을 꼽았다. 서면 인터뷰에서도 “야근 수당 미지급” “포괄임금제에 따른 장시간 근무 문화” “결정권자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한 일정 지연과 몰아치기” 등을 언급했다.
업무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경험이 있는 종사자 비중은 72.0%에 달했다. AI를 활용해 업무시간 단축, 생산성 향상, 창작물 품질 향상, 저작권·초상권 침해 위험 완화 등 긍정적 효과를 체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응답자는 AI 도입으로 오히려 작업량이 늘고 관리 부담이 생겼다고 봤다. 보고서는 “이는 기술적 변화가 반드시 노동 강도를 완화하지는 않으며, 제도적·조직적 보완이 병행되지 않으면 체감 노동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