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CBDC 한강 프로젝트…예금토큰 지갑 8만개 개설

2025-06-29

지난 4월 부터 한국은행이 추진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이 오는 30일 막을 내린다. 사용자 참여와 활용도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쪽짜리 성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이르면 한 달 내 관련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토큰 지갑 개설 수는 8만여개로 한은이 설정한 최대 참여 인원(10만 명)의 약 80% 수준이다. 예금토큰 결제에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활용성 측면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순히 신기술 실험이라는 이유만으로는 고객이 CBDC 테스트에 참여하여 예금토큰 결제를 사용할 유인이 되기 부족했다”면서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한 디지털 바우처 역시 홍보 부족과 약 1000명 미만 제한적인 참여 인원으로 인해 그 파급력이 미미했다”고 말했다.

2차 테스트를 앞두고 한국은행과 은행권 사이에 뚜렷한 시각차도 불거졌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23일 이창용 한은 총재와 18개 은행장 간담회에 앞서 배포한 '한은 관련 업무 현안 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은 “1차 테스트에는 적극 협조했지만, 후속 테스트는 한은과 이견이 있어 조율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후속 테스트 내용 고려 시 정책요건 수립, 추가 전산 개발 등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내부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달됐다. 정식서비스 도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은행권의 과도한 비용 부담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험 참여 은행들이 부담한 비용은 약 300억 원으로, 여기에는 네이버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한 노드 운영 비용 등이 포함된다.

한국은행은 이번 실험을 토대로 한 한강 프로젝트 관련 보고서를 이르면 한 달 내로 공개할 예정이며, 2차 테스트의 방향과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김동섭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연구부 팀장은 “2차 테스트는 진행할 계획이지만,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어떤 방향으로 기술적 실험을 이어갈 수 있을지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이미 간편결제 인프라가 잘 구축된 한국에서는 CBDC가 지급결제 효율성만으로는 뚜렷한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며 “중앙은행이 소매 결제 시장에서 직접적인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민간 사업자에게 역할을 맡기고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서로 보완할 수 있도록 각자의 강점과 기능에 맞춘 균형 잡힌 정책과 기술적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의 '프로젝트 한강'은 소비자 10만명을 대상으로 디지털화폐를 활용한 지급·결제 시나리오를 실제로 실험해보는 방식으로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진행됐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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