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안에 지구를 담다’…스코브 안데르센 ‘어스라이즈’ 시계 [김범수의 소비만상]

2025-05-17

“시계는 곧 지구다”

시계와 지구는 닮았다. 애초에 시계라는 물건이 지구의 자전을 24시간에 담은 것이다. 또한 시계와 지구는 똑같이 원운동을 하는 동그란 모습이다.

이 때문에 시계가 탄생했을 때부터 지구의 모습이 시계에 들어가곤 했다. 1410년에 제작된 체코 프라하 천문시계에 태양과 달, 별자리의 움직임을 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계에 지구를 디자인한 건 그보다 훨씬 이전일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에도 전 세계 대부분의 시계 브랜드에서 지구 디자인을 담은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또한 저마다 비슷하면서도 각각의 개성이 있는 지구를 시계로 표현해 비교하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달에서 떠오른 지구를 담다’

덴마크 시계 브랜드 스코브 안데르센은 ‘지구의 날’을 기념해 세계자연기금(WWF)과 협업한 ‘어스라이즈(Earthrise)’ 한정판 시계를 출시했다.

우연한 기회로 스코브 안데르센의 어스라이즈 시계를 착용해 볼 기회가 있었다. 일주일 동안 착용하면서 디자인과 품질 등을 살펴봤다.

이번에 출시된 어스라이즈 시계는 지구와 자연을 시계 속에 담았다. 시계 디자인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다이얼은 지구의 모습을 넣었다.

시계 다이얼은 오늘날 가장 유명한 지구의 사진에서 시작됐다. 지난 1968년 아폴로 8호 임무를 수행하던 윌리엄 앤더스가 달에서 찍은 지구의 모습인 '어스라이즈'와 닮았다. 특히 이 시계의 판매가 25%는 WWF덴마크에 기부돼 자연을 보호하고 복원하는데 쓰인다.

또한 시계 다이얼에 수퍼 루미노바 야광처리가 돼 야간에는 마치 우주 속에 지구가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또한 테두리 부분인 베젤은 밤하늘과 수 많은 별들을 디자인해 우주 공간의 모습을 더했다.

어스라이즈 시계는 스코브 안데르센의 대표적인 모델 ‘1956 마린’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시계의 사이즈는 41mm로 대부분의 남성 손목에 적정한 사이즈였다. 무게 역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고 적당했다. 시계 엔진에 해당하는 무브먼트는 ‘미요타 8215 오토매틱’으로 안정성을 갖췄다. 스트랩 부분은 100% 재활용된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졌다.

특이한 점은 날짜를 표시하는 곳에 숫자가 아닌 멸종위기동물 31종을 넣었다. 숫자 대신 동물 그림을 넣으면서 날짜 표시 기능은 사실상 사라졌지만, 대신 멸종위기동물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디자인과 품질 측면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다이얼에 시간을 표시하는 ‘인덱스’ 부분이 눈에 잘 띄지 않아 시간을 인지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는 편이다.

또한 지구를 디자인한 다이얼이 해안선과 구름의 경계선을 따라 볼륨감을 넣어 입체감을 살렸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이다.

◆시계에 담은 다양한 지구

오래전부터 시계에 지구의 모습을 넣으려는 시도는 이어져왔다. 시계 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지구 디자인의 시계 중 하나는 루미녹스(Luminox)의 ‘아이스 사르 북극’ 모델이다. 모델명 답게 다이얼에는 북극을 중심으로 하는 지구의 모습을 담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만족도는 떨어졌던 시계이기도 하다. 다이얼의 디자인은 해안선을 경계로 입체감을 살려 준수한 모습이었지만,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투박한 시계 모습에서 호불호가 갈렸다.

작은 다이얼에서 전 세계의 모습을 담고 있는 복잡함 때문에 시계 디자인까지 복잡하면 다소 과하게 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반적으로 다이얼에 지구를 담은 시계는 비교적으로 심플한 드레스 시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비교적으로 적당한 가격대에 잘 만들어졌다고 꼽히는 제품은 프레드릭 콘스탄트(Frederique Constant)의 '클래식 월드 타이머' 모델이다. 전 세계 지도와 세계 주요 도시의 현재 시간을 표시하는 GMT 기능을 탑재했다.

오메가의 씨마스터 아쿠아테라 월드타이머(Seamaster Aqua Terra Worldtimer)도 대표적인 지구를 디자인한 시계다. 특히 이 시계는 전 세계의 높낮이를 등고선에 따라 입체감을 표현했을 정도로 완성도 측면에서 훌륭하다는 평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시계 브랜드인 파텍필립(Patek Philippe)도 ‘5231G 컴플리케이션’ 모델에서 전 세계의 모습을 담았고, 둘째라면 서러운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역시 ‘패트리모니 트래디셔널’ 모델에서 지구의 모습을 다이얼에 넣기도 했다.

이밖에도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와 우주인 ‘유리 가가린’을 배출한 구 소련에서 우주 진출을 기념하는 시계에서 지구의 모습을 다이얼에 넣곤 했다. 소련의 대표적인 시계 브랜드인 라케타(Raketa)나 스투르만스키(Sturmanskie)의 ‘스푸트니크’ 모델이 대표적인데, 냉전시대에서 느껴질법한 독특한 감성을 준다.

더 이상 출시되진 않지만 대량 생산된 제품 답게 2차 시장에선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인민(?)의 시계 답게 가격 역시 20만원 이하에 구입할 수 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