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경차 판매량 7만대 안될 가능성 커
대형·고급화로 국내 소비자들 취향 변화해
경차 신차 모델 부재도 판매 급감 이끌어
결혼 2년차인 30대 이모씨는 최근 큰 맘 먹고 중대형 국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구매했다. 소형 경차를 타던 이 씨가 큰 차로 바꾼 것은 아이가 생기면서 안전을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게 된 때문이다. 아이의 유모차 등 각종 육아용품을 싣고 다닐 넉넉한 공간도 필요했다. 이 씨는 “경차는 안전성과 활용면에 한계가 있다”며 “경제적으로 부담은 되지만 가족 편의를 생각해 차를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 처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로 갈아타는 경차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신차 공백기도 길어지면서 경차 판매량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5월 국내시장에서 경차는 작년 같은 달 대비 37.4% 급감한 5626대가 신규 등록됐다. 올해 1∼5월 누적 경차 등록 대수는 3만809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4만6517대)보다 33.8% 줄었다.
그래서일까. 올해 연간 경차 판매량은 7만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집계에 따르면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1만6221대로 최다를 기록했다. 이 후 매년 감소해 2021년에는 10만대에 못 미치는 9만8781대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2021년 9월 현대차의 첫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가 출시되고, 해당 차량이 인기를 끌면서 이듬해인 2022년 연간 판매는 13만4294대까지 늘었다. 2023년에는 35.2kW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레이EV가 출시되면서 연간 판매량은 12만4080대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판매량이 15년 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는 레저용 차량(RV) 등을 중심으로 대형화·고급화한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이 ‘경차 외면’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신차가 부재한 것도 판매 급감을 이끌었다.
쉐보레 스파크 단종 후 현재 국내 시장의 경차 모델은 기아 모닝과 레이, 레이EV, 현대차 캐스퍼가 유일하다. 그마저도 모두 부분변경 수준에 머물렀다.
완성차업체들이 수익성이 낮은 경차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 차종을 집중하는 것도 이런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 불황에 따른 차량 수요 둔화에다 대형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경차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독보적 신차 모델이 출시되지 않는 한 이러한 추세는 돌이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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