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경쟁 싫어서 제주 왔다? ‘제치동’ 만든 귀족학교 실체

2025-02-27

왜 서울에는 인가 국제학교가 없는 거죠?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국제학교 학부모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미인가 국제학교가 뜬다지만, 여전히 1순위 고려 대상은 인가 국제학교란 얘기다. 인가 국제학교는 교육부 승인을 받아 걸맞은 시설과 교사진을 갖춘 데다, 한국어와 한국사 수업도 제공해 국내 학력도 인정받을 수 있다. 현재 인가 국제학교는 총 7곳. 대구국제학교를 제외하면 송도(2곳)와 제주(4곳)에 몰려 있다. 지난해 이들 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 학생은 총 5233명으로,10년 전에 비해 46% 늘었다.

인가 국제학교에는 ‘귀족 학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배우 전지현, 이시영(송도 채드윅), 김희애(제주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NLCS), 이세돌 9단(제주 한국국제학교·KIS) 같은 유명인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로 알려진 탓이다. 유복한 집안의 아이들이 화려하고 여유로운 학창시절을 보내다 해외 명문대에 입성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취재를 통해 확인한 현실은 사뭇 달랐다. 입학도, 이후 생활도 한층 치열해진 모습이었다. 대체 인가 국제학교에는 누가 다니고, 어떤 교육을 받는 걸까? 연 1억원은 너끈히 든다는 건 사실일까?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 특별기획 ‘국제학교 심층 대해부’ 이번 화에서는 실제 아이를 보낸 양육자와 학원, 유학원 관계자들을 통해 인가 국제학교를 들여다봤다.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자 양육자의 이름은 가명으로 처리했다.

Intro 문턱 높아진 인가 국제학교의 세계

Part 1 유치·초등생부터 재수·삼수해서 간다

Part 2 年 1억? 학비만 생각 말라

Part 3 ‘제치동’도 달린다

🏫유치·초등부터 재수·삼수해서 간다

인가 국제학교에 보내는 양육자들에겐 ‘해외 대학 진학’이란 목적이 뚜렷했다.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 이하 영유)의 연장선에서 초등 저학년 때의 ‘경험’으로 접근하는 이가 많은 미인가 국제학교와는 확실히 달랐다. 송도나 제주로의 이주를 감행하는 건 그만큼 진지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제학교 중에는 송도 채드윅이 입학 경쟁이 가장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같은 송도에 칼빈매니토바가 문을 열기 전까지 수도권의 유일한 인가 국제학교였기 때문이다. 높은 문턱 탓에 채드윅에는 유치원·초등 저학년 때부터 다닌 아이가 많다. 학년당 한국인은 60~80명밖에 입학할 수 없기 때문에, 일찌감치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이다. 학교 측에서도 매년 가을철 유치부와 초등 1학년 위주로 신입생을 모집할 뿐 그 윗 학년으로는 충원이 많지 않은 편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입학시험도 어려워지는 것도 입학을 서두르는 이유다.

이서린(43)씨 역시 딸이 만 4세였을 때부터 이 학교에 보내기 시작했다. 이씨는 “학습 위주의 대치동 영유나 놀이 위주의 압구정 영유 모두 마음에 차지 않았다”면서 “쾌적한 시설에서 검증된 교사로부터 전인적 교육을, 그것도 영어로 받는다는 데 끌려 입학시켰다”고 했다. 채드윅에 9세 아들을 보내고 있는 박서하(41)씨는 “입학 준비, 컨설팅을 시켜준다는 학원도 많다”며 “1년에 한 번 모집하기 때문에 재수, 삼수를 하는 학생도 꽤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제주 국제학교는 중학생 이상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많다.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와 학생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게 단점으로 꼽히지만, 중·고등 커리큘럼과 대학 입시 프로그램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숙사가 있다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맞벌이거나 아직 어린 동생이 있는 경우 온 가족이 이주하는 대신 기숙사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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