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게이머가 게임사를 상대로 ‘게임사가 뽑기 확률을 조작해 판 확률형 아이템 매매대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내 일부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소송 중 첫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8일 주식회사 넥슨코리아의 상고를 기각하고 ‘넥슨이 57만2265원을 돌려주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넥슨의 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판매하는 유료 아이템 ‘큐브’를 놓고 시작됐다. ‘큐브’는 게임 캐릭터가 가진 장비에 능력치 향상 등의 효과를 가진 옵션 2종과 능력치 향상 기능이 없는 옵션 1종 총 3가지 중 1종을 무작위로 받게 되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그러나 2021년 2월 18일 업데이트에서 넥슨이 ‘모든 종류의 추가옵션이 동일한 확률로 배정되도록 수정된다’는 공지를 한 뒤 사용자들이 그제야 모든 옵션이 동일한 확률로 나오는 것이 아닌 걸 알게됐다. 사용자들은 ‘큐브의 옵션 확률도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넥슨은 ‘아이템 획득의 기준점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고성능의 옵션이 3개 중첩돼 나오지 않도록 설정돼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A씨는 이에 ‘옵션 배정 설정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조작, 기망행위이며, 이를 모른 채 구매한 아이템 대금을 돌려달라’며 2021년 2월 소송을 냈다. 당시 소가 2500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소액사건(당시 기준 3000만원 이하)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1심에선 “넥슨이 기망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설령 기망행위가 있다 하더라도 A씨가 아이템을 산 행위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3개월만에 패소했다.
곧장 항소한 A씨는 1년 반 만에 일부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일부 옵션 설정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나, 이벤트 확률을 광고한 것은 조작‧기망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고 봤다. 다만 “‘무작위 옵션 중 일부 조합 가능성을 차단하고도 고지하지 않은 것’은 기망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액 중 24.9~57.2%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 수익원이고, ‘가치가 높은 아이템은 나올 확률이 낮다’는 기본 인식에 기반해 확률형 아이템이 운용되는 배경을 짚으면서다.
항소심을 맡은 민사4-3부(부장판사 이국현)는 지난해 1월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 옵션 배당 확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이 있었는데도 장기간 공개하지 않다가 뒤늦게 밝힌 것은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기망”이라며 넥슨 측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옵션조합 생성 차단은 구조적‧논리적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가 아니라 특정 고가치 옵션을 의도적‧계획적으로 차단한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법원은 A씨가 넥슨의 공지 이후에도 계속 아이템을 구매한 점, 구매한 아이템을 통해 상응하는 일정 효과를 누린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A씨가 2020년 12월 30일~2021년 2월 4일까지 아이템 구매에 쓴 1144만 5300만원 중 5%인 57만 2265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했다. 넥슨 측은 이에 반발해 지난해 2월 상고했고 A씨도 지난해 5월 뒤늦게 상고장을 제출했지만 대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확률형 아이템을 게임사가 임의로 설정하는 데 대한 배상 책임을 물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711명이 제기한 민사소송이 제기돼 진행 중이다. 넥슨은 별도로 공정위에서 과징금 116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받아 지난 3월 서울고등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