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어떻게 심판을 감시하나"…국회가 선관위 견제 주저하는 이유

2025-03-08

[과천=뉴시스] 최동준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5일 특혜채용 당사자인 고위직 간부 자녀 10명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사과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이 만족할 때까지 제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2025.03.05. [email protected] /사진=최동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그동안 헌법상 독립기구란 점과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정부의 감시와 견제를 거의 받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벌이는 것도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이제 선관위를 견제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국회 뿐이다.

그러나 정작 국회는 선관위에 문제를 제기하길 주저한다. 선관위가 4년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사실상 '갑(甲)'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지역구 관리부터 선거 기간 유세까지 국회의원의 활동 전반이 선관위의 감시를 받는 만큼 선관위에 밉보이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의원들 사이에 깔려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선수가 심판을 감시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선관위 감시 기능을 국회의원 보고 수행하라는 게 딱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에 잘못 보이면 선거운동 기간 내내 하는 행동마다 불법이라고 못하게 한다"며 "국회의원이 선관위를 개혁하겠다고 선두에 나서면 다음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출마할 때 묘하게 태클이 들어오는 걸 우려한다. 되도록 선관위랑 충돌하지 않으려는 이유"라고 토로했다.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4차 변론이 열리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수도권과 영남 지역에서 총선과 지방선거를 치러본 정치권 관계자 A씨는 "선관위는 정치자금에 대한 회계 부분도 들여다볼 수 있는 만큼 꼬투리 하나를 잡으면 걸고넘어지기 쉽다. 국회에 있을 때 선관위를 최대한 건드리려 하지 않는 이유"라고 했다. 이어 "초선 의원이 재선을 위한 선거를 치를 땐 선관위가 보좌진을 길들이려 하는 점도 있다. 선거 문구 등에 태클을 걸면 보좌관들이 선관위를 찾아가 푸는 게 다반사"라며 "최소한 커피라도 사 들고 식사라도 한 번 해야 하는 게 통과의례처럼 돼 있다. 보이지 않는 갑질"이라고 밝혔다.

선관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선거 불복·부정선거론자처럼 취급받는다는 점도 의지를 꺾는 요소 중 하나라고 정치권에선 설명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선관위를 공격하는 이야기를 하면 부정선거론자 또는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프레임이 있어왔다"며 "선관위를 건드리는 것이 금기시됐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헌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견제받지 않는 기구로 스스로 자리매김한 것이 선관위 신뢰 하락의 주된 이유라고 지적한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를 권한 침해라고 지적하면서 선관위가 과도하게 보호받고 있단 의견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선관위가 독립성을 가지는 직무는 선거 관리와 감독이다. 선관위 운영 자체가 신성불가침으로 존재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국회가 선관위를 감시한다는 건 수험생이 시험 감독관을 감시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문제 제기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지난 5일 발표한 '고위직 자녀채용 관련 대국민 사과문'에서 "선관위는 국민 여러분이 만족할 때까지 제도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인사규정 정비 및 감사기구 독립성 강화 등 그동안 마련했던 제도개선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외부 통제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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