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불국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발길을 사로잡는 건축물이 있다. 바로 청운교(靑雲橋)와 백운교(白雲橋), 그리고 그 위에 자리한 자하문(紫霞門)이다. 불국사의 상징이자 통일신라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 구조물은 단순한 계단과 문이 아니라, 속세에서 부처의 세계로 들어가는 상징적 관문이다.
청운교와 백운교는 불국사 대웅전으로 오르는 석조 계단 다리다. 아래쪽 18단이 백운교, 위쪽 16단이 청운교로 총 34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경사는 약 45도로 가파르다. 이름 그대로 흰 구름과 푸른 구름을 상징하는 이 다리를 오르는 순간, 중생은 현실의 세계를 벗어나 불국정토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석재를 정교하게 다듬어 층층이 쌓아 올린 계단은 웅장하면서도 섬세하다. 다리 밑을 활처럼 아치형으로 설계해 구조적 안정감을 높였고, 그 위로 놓인 돌난간과 기둥은 보는 이들에게 장엄한 기운을 전한다. 신라인들은 단순한 건축 기술을 넘어 ‘구름다리’를 통해 부처의 세계로 향하는 상징적 통로를 만들었다.


청운교·백운교는 불국사가 창건된 통일신라 경덕왕 10년(751년) 무렵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조선 숙종 41년(1715년)에 중수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일제강점기와 1970년대, 2010년 등 여러 차례 보수를 거쳐 오늘날까지 그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들 계단 다리를 국보 제23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청운교와 백운교를 지나면 만나는 곳이 바로 자하문이다. ‘자줏빛 노을이 비치는 문’이라는 뜻을 가진 자하문은 불국사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중문 역할을 한다. 화려한 이름처럼, 이 문은 속세와 불국토를 가르는 상징적 경계이자 성스러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이다.
자하문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단층 팔작지붕 건물로, 조선 후기의 건축 양식을 반영하고 있다. 기둥 위로 다포식 공포를 얹고, 민흘림 수법을 사용해 세련된 곡선을 살렸다. 현재의 건물은 조선 인조 6년(1628년)에 재건된 이후 여러 차례 중건과 수리를 거쳐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세종 18년(1436년)에 중수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불타 소실됐고, 이후 다시 세워졌다. 정조 5년(1781년)에는 단청을 새로 입혀 화려함을 더했으며, 지금도 당시의 장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청운교·백운교와 자하문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성스러운 통로이자, 신라인이 꿈꾸었던 이상세계를 직접 체험하게 하는 공간이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계단을 오르며 마치 현실의 무게를 벗고 불국정토로 들어가는 듯한 신비로움을 느낀다.
특히 봄과 가을이면 이 일대는 수많은 여행객으로 북적인다. 벚꽃과 단풍이 어우러진 청운교·백운교는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문화재 보존을 위해 현재는 직접 계단을 오를 수 없고, 정해진 관람로를 따라 외부에서 바라봐야 한다.
불국사 청운교·백운교·자하문은 불국사의 전체 구조에서 ‘현실과 이상’을 연결하는 핵심적 요소다. 석조와 목조가 조화를 이루며, 건축과 종교적 상징성이 하나로 녹아든 대표적인 유산이다. 학계는 이를 단순한 건축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통일신라인의 우주관과 불교관을 담은 ‘상징적 예술 작품’으로 평가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불국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이 장엄한 관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경외감과 신비감을 선사한다. 신라인이 꿈꾼 불국정토의 세계는 천 년의 시간을 넘어 현대인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글ㆍ사진: 울산종합일보/울산종합신문 발행인 홍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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