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미 무역대표부와 면담
“협력 필요성 최대한 설득”
정부, 철강업계 지원안 논의

철강·알루미늄과 그 파생상품에 ‘25% 관세’를 매기는 ‘트럼프발 관세폭격’이 시작된 가운데 통상 당국자가 다시 미국을 찾았다. 다음달로 예고된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미국에선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30개월령 이상 수입 제한’ 조치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부터 14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면담한다.
정 본부장은 출국 전 기자들에게 “미국의 경제안보 정책에 가장 부합하는 협력국가는 한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키고 오겠다”고 했다. 이어 “농산물도 미국 측에서 제기할 수 있는 사항으로 관심 사안을 들어보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을 향한 미국의 통상 압박은 날로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철강·알루미늄과 그 파생상품엔 12일부터 25%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이 조치는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더 심한 충격은 다음달 2일로 예고된 상호관세가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한국은 8번째로 큰 대미 흑자국이라 다른 나라보다 더 강력한 관세폭탄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구실로 추가 개방 압력이 들어올 수도 있다.
미국에선 이미 미국산 소고기 추가 개방 압박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USTR에 보낸 의견서에서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이 한국에서 민감한 이슈인 건 알지만 무시돼선 안 될 문제”라며 “수입 제한 철폐 방안을 양국이 논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USTR은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각서 서명 후 미 산업계로부터 각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의견을 받아왔다. USTR에 접수된 의견은 향후 미국이 각국에 제시할 상호관세의 근거가 될 확률이 높다.
통상 당국은 한·미 협력의 필요성을 설득해 미국의 압박을 뚫어보겠다는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나 미국이 군함과 탱커, 쇄빙선 등을 대량 주문할 경우 우선 납품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한 바 있다. 아울러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하고 한국 업체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점도 피력했다.
안 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양국은 조선·에너지·알래스카 개발·관세·비관세에 관한 실무협의체를 가동한 상태다. 정 본부장은 안 장관이 제시한 협력 사업들과 관련한 후속 대화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당국은 관세 부과에 따른 철강산업 대응 방안도 이달 중 마련한다. 미국과는 고위급 대화를 이어가면서 중국의 저가 철강제품 공세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장관은 이날 철강업계 간담회에서 “빈번해지는 불공정 무역 시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고부가제품 중심 투자 및 수출 전략을 전향적으로 검토해달라. 정부도 이러한 방향에 초점을 맞춰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