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능숙하게 식권을 내밀고 식판을 받아든 뒤 버섯 볶음과 군만두를 담았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학생식당에서다. 대학생들과 함께 학식을 먹는 ‘학식 먹자 이준석’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이 후보는 이번이 네 번째 대학 방문이다. 그는 시종일관 여유로웠다. 학생들에게 “요즘 어디로 취직 많이 하냐”, “실제로 인공지능(AI)에 위협을 느끼냐”고 물었고, 학생들은 이 후보를 “형”이라고 부르며 질문에 답했다.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의 집안싸움이 격화되고 있는 지금, 2022년 국민의힘 대표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난 이 후보는 제3지대에서 ‘마이 웨이’ 대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학식을 먹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의 문제는 이미 내재화돼있다. 오래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만 2021~2022년 ‘김종인·이준석 체제’에서 잠시 진통제, 해열제를 맞아 드러나지 않았을 뿐 항상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자력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고, 고쳐 쓸 수 없으면 바꿔야 할 때”라고 했다.
성균관대 방문 직전 이 후보는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회관을 방문해 “(국민의힘 상황이) 전례 없는 막장 드라마”라며 “중도보수 진영의 헤게모니는 개혁신당과 이준석이 잡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언론 지분의 상당 부분을 막장 드라마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운동이나 정책 발표 등의 관심도가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지나면 실망감이 그들을 휘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오는 단일화 실패 시 후보를 등록하지 않고 이 후보 주도로 단일화를 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영향을 끼칠 수도 끼쳐서도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냥 듣고 황당해하고 있다”고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에 대해서는 “정책적 방향성이 너무 다르고, 계엄이나 탄핵에 대한 입장이 갈리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매일 하나씩 정책 공약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한 14호 공약은 ‘다자녀 가족 차량 번호판’으로, 다자녀 가구가 소유한 차량에는 분홍색 번호판을 붙여 고속도로 전용차선 이용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외에도 ▶수학 교육 국가 책임제 ▶국가 과학 영웅 우대 제도 ▶이자만 내는 잠시멈춤 대출 ▶생애주기 맞춤형 주택세금 감면 제도 ▶장교 복무 기간 축소 및 대학 등록금 지원 등 청년 맞춤형 정책을 내놓고 있다.
개혁신당은 이 후보의 정책 공약 및 선거 캠페인과 국민의힘 내홍이 맞물리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선거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일평균 당원이 508명씩 증가해 한 달간 약 1만 5000명이 늘었다고 하다. 이 후보 유튜브 채널인 ‘이준석TV’ 구독자도 한 달 새 2배 이상 늘어 구독자 10만명을 돌파했다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캠프 관계자는 “국민의힘 내홍 이후 보수 중도층이 개혁신당으로 이동하는 게 감지된다”고 말했다.
이런 기세와 달리 지지율은 주춤하는 중이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 지지율은 6%로, 최근 조사(7~8%)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순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50%), 한덕수 무소속 후보(23%),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11%)에 이어 4위다.(※지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4명 대상 전화조사원 인터뷰. 응답률은 16.5%.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대통령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사표 방지 심리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역사를 바꾸는 대하 드라마를 찍고 있는데 갑자기 국민의힘이 김치로 뺨 때리는 막장 드라마를 시작했다”며 “단기 시청률에서는 우리가 뒤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정통 사극 쪽으로 사람들이 몰릴 것이다. 우리가 대하 드라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