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하다 치킨 뜯겼다…17살 아들 홀린 메기女 실체

2025-09-15

사춘기는 이성에 눈을 뜨는 시기입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양육자 입장에선 내심 아이들의 연애가 불안한 것도 사실이죠. 더군다나 요즘 아이들의 연애는 부모 세대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초등 교사 출신의 이은경 작가도 사춘기 아들의 연애를 지켜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합니다. 소셜미디어(SNS) 메시지로 시작된 아들의 연애는 장거리 비대면 교제로 발전했는데요. 그 와중에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고 교육청에까지 출석하게 한 사건도 있었다고 합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춘기 자녀의 이성 교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 작가와 함께하는 ‘옆방에 사춘기가 입주했습니다’ 6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성춘향과 이몽룡도 열일곱에 만났다

전쟁이다, 인**그램.

그놈의 앱만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이번 학기에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시작은 달콤했다. 물론 아이에게만.

“엄마, 나 여자친구 생겼어.”

“… 뭐라고?”

“착하고 예쁜 애야.”

맨날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널브러져 있던 놈이 대체 언제, 어디서 또 기적처럼 여자친구를 구했단 말인가. 순간 말문이 막혀버린 어머니는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며 호구 조사를 시작했다.

“그 친구는 어디에 사는데? 학교는? 몇 학년?”

“뉴질랜드”

“…뭐?”

“나랑 동갑이고, 거기서 학교 다니고 있대.”

뉴질랜드라니. 호주 옆 양들이 뛰노는 나라에 사는 여학생과 연애를 시작했다니, 대관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일단 자초지종을 들어보기로 했다.

사연이 있겠지. 설마 진짜로 사귀려는 건 아니겠지. 만날 수도 없는데 어떻게 사귄다는 거야. 혹시 뉴질랜드 사람인 건 아니겠지? 한국 학생이라면 곧 한국으로 돌아오려는 걸까. 그래 그렇다 치고,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 싶었다.

스마트폰을 쥔 채 침대에 파묻혀 있던 아들은 어느 날 귀한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하나 받았다고 한다.

‘너는 정말 잘생긴 것 같아, 완전 내 이상형이야. 넌 나를 어떻게 생각해?’

성춘향과 이몽룡이 운명처럼 서로를 발견했던 때가 열일곱, 지금 둘째가 바로 그 나이다.

늘 절반쯤 감겨 있던 고등학생의 두 눈이 번쩍 뜨였을 터. 한없이 늘어지던 몸이 전기 맞은 듯 벌떡 일어나는 마법과 같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잠자는 숲속의 왕자가 공주의 입맞춤이라도 받은 듯, 녀석은 살아났다.

사춘기 남학생은 이 천금 같은 DM을 결코 놓칠 수 없다는 각오로 손에 땀을 쥐고 한 자, 한 자 정성스러운 답장을 써 내려갔다.

그때부터였다고 했다. 채팅창에서의 호기심 섞인 대화가 달콤한 썸으로 무럭무럭 자라났고, 단 한 번의 대면도 없이 사랑을 키워 나갔다.

물론 그녀가 지금 한국에 없다는 사실과 당분간 한국에 돌아올 계획조차 없다는 것도 아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될 건 없었다. 보고 싶은 서로의 얼굴은 인스타그램 속에 넘쳐났고, 하고 싶은 말은 와이파이가 빵빵 터지는 침대 위에서 밤새도록 나눌 수 있었으니까.

새해의 간절한 소망이 여자친구 생기게 해달라는 것이었던 아들은 뒤돌아보지 않고 직진했다, 그녀와의 채팅창으로.

직진하기는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알고 보니 그녀는 대전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부모님의 사업 문제로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동갑내기 고등학생이었다. 하필 뉴질랜드에서도 한국인이 드문 낯선 도시에서 외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던 중이었다. 우리 집 놈들과 매한가지로 그녀도 사춘기 호르몬을 주체하지 못한 채 침대에 파묻혀 녹아내리던 중이었겠지.

그렇게 그리운 한국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을 기웃거리던 어느 날, 화질은 거칠고 구도는 엉망인데도 묘하게 끌리는 한 고등학생의 셀카가 그녀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린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네가 바로 내가 찾던 이상형이야.”

그렇게, 그 귀한 DM은 드넓은 바다를 건너 서울에 도착했고, 둘은 결국 연인이 되기로 했다는 얘기다.

한참 이성에 눈 떠가는 사춘기 두 아들을 키우며,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내 아들의 여자친구가 멀고 먼 뉴질랜드에서 DM을 타고 날아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학교나 교회, 아니면 학원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눈이 마주친 여학생과 두근두근 핑크빛 신호가 오가는 그림을 떠올렸는데….

장거리 연애, 그것도 계절도 정반대인 나라에 있는 아이와 비대면 온라인 연애를 시작할 줄이야. 요즘 애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시대는 이미 내 상상을 훌쩍 뛰어넘어 있었다.

🍗치킨 쿠폰을 받은 그녀의 정체

다행인지 불행인지, 뉴질랜드 그녀와의 장거리 연애는 점점 시들해져 갔다. 어느 정도 결말을 예상했던 바,마음을 놓으려던 어느 날 둘째 아들이 새로운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래, 좋다. 어디 한번 말해 보아라. 사춘기 엄마는 웬만한 고민쯤은 다 받아낼 맷집이 있다며 자신만만해했다.

“난 아직 여자친구가 있는데, 그래도 상관없으니까 한 번만 만나 달라는 여학생이 자꾸 DM을 보내.”

지긋지긋한 별그램아, 또 너냐, 진짜.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까지 끌어와, 나는 아이에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친구는 또 어떤 친구인지 제대로 알아봐야 한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는 법이다. 등등.

아들이 새로운 여인과 주고받은 메시지들을 살폈다. 누가 어떤 거짓말을 꾸며내 접근했을지 모르는 게 SNS 세상이니까.

그러나 상대는 제법 노련했다.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 사진은 줄 수 없지만, 목소리가 궁금하면 들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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