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결혼 파티가 거센 반대 시위에 부딪혔다. 베이조스는 결국 파티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은 약혼녀 로런 산체스와 26∼28일 베네치아 중심가인 카나레조 지구 중세 건물 ‘스쿠올라 그란데 미제리코르디아’에서 결혼 축하 파티를 열 계획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이탈리아와 영국 저항단체 ‘모두가 일론 머스크를 싫어해(Everyone Hates Elon)’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베이조스 의장의 얼굴과 함께 ‘결혼식을 위해 베네치아를 빌릴 수 있다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이 철거된 뒤에는 광장에 베이조스 얼굴이 인쇄된 가짜 지폐가 뿌려졌다.
이들은 “사회적 불평등과 기후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한쪽에는 지구를 파괴하는 억만장자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그 피해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일반 시민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혼식에 대한 베네치아 현지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주민들은 초호화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도시 전체를 전세 내듯 빌린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가뜩이나 베네치아는 코로나19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소음과 사생활 침해 등으로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었다.
베이조스 의장은 결국 베네치아 동쪽 끝 카스텔로 지구의 아르세날레 전시장으로 장소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있어 보트로만 접근할 수 있으며, 연결된 다리들을 들어 올리면 외부 접근이 차단된다.

베이조스 의장은 전 부인 매켄지 베이조스와 25년간 결혼 생활 끝에 2019년 이혼했다. 둘은 1993년 결혼했으며, 4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체스와는 이혼 후 만났다. 산체스는 에미상을 받은 방송기자 출신 자선사업가다. 산체스가 베이조스 의장이 설립한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과 관련한 영상 작업을 하면서 사귀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산체스는 이번이 세번째 결혼이다. 첫 번째 남편은 미식 프로축구 선수 토니 곤잘레스, 두번째 남편은 휴 잭맨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가 속한 매니지먼트사 WMEIMG의 최고경영자(CEO) 패트릭 화이트셀이다.
베이조스 의장과 산체스는 2023년 약혼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결혼식에는 스타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킴 카다시안, 가수 믹 재거와 케이티 페리, 배우 에바 롱고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 등 약 200명의 유명 인사들이 초대됐다.

지난 4월 발표된 포브스 2025 세계의 부자 순위를 보면 베이조스 의장의 재산은 2150억달러(약 292조원)로, 세계 3위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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