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올해 금과 은 가격이 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자금이 귀금속으로 몰리는 '금속 전쟁'이 내년 랠리를 뒷받침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올해 무대를 장악한 주인공이 금이었다면, 내년에는 같은 무대 위로 은이 한층 더 강하게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올해 금이 남긴 기록적 랠리가 '1막'이라면, 내년 은 시장이 그 연장선에서 펼쳐질 '2막'이 될지, 아니면 과열의 후폭풍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지가 내년 상품 시장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 막 오른 금속 전쟁
금·은 등 귀금속이 올해 기록적인 랠리를 이어가며 치솟자, 각국이 앞다퉈 자원 확보전에 나서는 이른바 '금속 전쟁'이 이미 막을 올렸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조쉬 페어 스코츠데일 민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30일(현지시간) 야후 파이낸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금속 전쟁 중"이라며 "각국이 필수 금속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싸움의 출발점은 금이다.
최근 몇 년간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금 보유를 공격적으로 늘려온 것이 금값 랠리의 1차 동인이 됐다는 진단이다. 그 결과 금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약 66% 뛰었고, 지난해에도 27% 상승해 2년 연속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은과 구리도 뒤늦게 '전략 자산' 반열에 올랐는데, 미국 정부가 두 금속을 국가 경제와 안보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목록에 포함시키면서 정책·자본 측면에서 우선순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어는 "데이터센터가 미국 전역에 초고속으로 들어서는 상황에서, 미국이 글로벌 기술 패권을 유지하려면 은 공급망을 확실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 측 요인도 랠리에 불을 붙이고 있다.
세계 3위 은 생산국인 중국이 내년 1월 1일부터 은 수출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미 빠듯한 시장에 추가 공급 쇼크 우려가 겹친 상태다.
페어는 "중국이 수출을 잠그면 다른 지역은 어떤 방식으로든 은을 끌어와야 한다는 뜻"이라며 "가격에 상당한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금보다 반짝일 은빛 스토리
이러한 금속 랠리 속에, 오랫동안 금의 그림자에 머물렀던 은이 귀금속 시장의 주연급으로 급부상하며 내년 랠리의 주인공이 될 것이란 스토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금이 중앙은행 매수와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에 힘입어 랠리를 이어가는 동안, 은은 산업과 안보, 기술 패권을 둘러싼 경쟁의 중심에 서면서 또 다른 상승 여력을 비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배경에는 은이 단순한 귀금속을 넘어 전자기기·재생에너지·전기차(EV)를 떠받치는 핵심 광물로 인식되기 시작한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공급 측 병목을 은 강세의 1순위 요인으로 꼽는다. 금과 달리 은의 상당 부분은 납·아연·구리 광산의 부산물로 생산되는데, 납·아연 시장 부진과 구리 광산의 증산 한계 탓에 수요를 따라갈 만한 공급 확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계 3위 생산국 중국의 수출 규제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은 시장이 구조적인 공급 부족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수요는 전기차·스마트폰·서버 등 모바일·데이터 인프라에서 꾸준히 늘고 있고, 태양광 패널과 각종 재생에너지 설비에서도 은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은 수요 구조를 보면 약 60%가 이러한 산업용, 15~20%가 재활용, 나머지가 보석·동전·ETF 등 투자 수요로 구성돼 있어, 친환경 전환과 디지털 인프라 확대 속에서 산업·투자 수요가 동시에 실물 수요를 자극하는 구도다.
실제로 일부 대형 귀금속 스트리밍·채굴 업체 매출에서 은 비중이 35~40%에 달하는 점은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이런 구조적 불균형이 2026년에도 은 가격을 떠받치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투기적 거품 경고도 없지 않다.
데이터트렉 리서치는 은 수요의 약 60%가 산업용, 15~20%가 재활용, 나머지는 보석·동전·ETF 등 투자용으로 구성된 만큼 경기와 투기 수요가 동시에 과열될 경우 가격 왜곡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데이터트렉의 니콜라스 콜라스는 "은이 이미 투기적 거품 국면에 진입했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포지션 규모를 작게 가져가고, 단기 변동성에는 선별적으로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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