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 디지털화폐(CBDC) 실증 테스트를 앞두고 첫 결제 시연을 했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앱) 내 QR 인증만으로 정부지원금과 같은 바우처 사용이 가능해진다.
한국은행은 27일 2024 블록체인 진흥주간 부스에 CBDC 결제 체험존을 마련했다. CBDC 활용성 테스트에 주관 사업자로 참여하는 씨씨미디어서비스 관계자는 결제 과정을 직접 보여주며 이목을 끌었다.
결제 방식은 간단했다. 앱 내 'QR' 보여주기를 선택하고 사용할 바우처를 골랐다. 비밀번호까지 입력하자 곧장 QR코드가 생성됐다. 결제 기기에 QR을 스캔하자 '예금토큰으로 결제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QR 스캔부터 결제까지는 3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씨씨미디어서비스 관계자는 “상용화 단계에서 결제 속도는 현재 핀테크 업체가 제공하는 QR 간편 결제 속도와 같을 것”이라 설명했다.
이날 시연에서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도 등장했다. 상품 가격표에 내장된 NFC에 결제 기기를 갖다 대면 포스(POS)기로 내역이 전송되는 방식이다. 마트나 편의점 등 복수 결제가 이뤄지는 곳에서 활용할 수 있다. NFC 방식은 향후 사용처 협의에 따라서 적용 여부가 결정될 방침이다.
유희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기술1팀 팀장은 “바우처 등 정부와 지자체가 제공하는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안정적이고 견고하게 제공하는 게 CBDC 사업의 핵심”이라면서 “내년 실증 테스트를 통해 기술 및 사용성을 보완해 가겠다”고 말했다.
카드 결제와 비교해 앱 화면을 추가로 클릭해야 하는 절차가 있다. 하지만 '바우처 사용'이라는 점에서 편의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CBDC 도입으로 휴대전화 하나로 모든 바우처 결제가 가능해지면서다. 기존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이 정부지원금 등을 사용할 때 지역화폐 카드나 종이 상품권을 각각 들고 다녀야 했다. 사후 검증 방식으로 부정수급 우려도 줄일 수 있다.
사용처 입장에서도 효율적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예금토큰과 연결되면서 몇 달이 지나야 받을 수 있었던 사용분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금토큰이 은행과 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카드 수수료·자금조달 비용도 낮출 수 있다. CBDC 기반 예금토큰 시스템은 기존 PG사나 카드사를 거치지 않아도 정산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 중 CBDC 기반 예금토큰을 발행하고, 이를 활용한 바우처(교육, 문화, 복지 분야 등)의 상용화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테스트에는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농협, 부산은행 등 7개 국내 주요 은행이 참여한다. 마트, 문고, 편의점, 커피 프랜차이즈 등 약 2만 곳 가맹점에서 실제로 사용될 예정이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