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광화문 KT빌딩에 거대 전광판 '한국판 타임스스퀘어' 어디까지 왔나

2025-09-04

[비즈한국] 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 3일 낮, 광화문광장을 찾은 해외 관광객과 시민들은 광장 옆 KT 사옥 외벽에 새로 들어선 초대형 스크린에 시선을 뺏겼다. 건물을 ‘ㄱ’자로 감싼 두 개의 디지털 광고 전광판에는 그룹 ‘블랙핑크’의 로제가 등장하는 해외 명품 브랜드 홍보 영상과 브랜드 시그니처 광고가 동시에 재생됐다. 디즈니플러스 신작 시리즈 ‘북극성’ 광고로 화면이 전환되자 양쪽 스크린에 대표 포스터와 예고 영상이 각각 송출되면서 건물 전체가 하나의 미디어 공간처럼 연출됐다.

이 광고 전광판은 국가대표 미디어 공간을 표방하는 ‘광화문스퀘어’ 프로젝트의 한 축을 담당한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같은 미디어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이번 프로젝트에 따라 이 일대에는 대형 스크린과 기둥형 광고 시설물이 순차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대형 광고판, 광화문 ‘미디어 거점’ 중심 됐다

지난달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입주한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는 대형 전광판 2개가 걸렸다. 화면은 각각 가로 47m, 세로 21m 크기로 총 면적은 1977㎡ 규모다. 현재 두 화면에 광고 영상이 송출되고 있는데,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오는 5일 ‘K 페스타-광화문스퀘어’ 개장식을 앞두고 현재 테스트를 위한 시범운영 중이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에서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서울 중구 명동관광특구도 크고 작은 광고 스크린이 밀집한 ‘명동스퀘어’로 변화 중이다. 명동스퀘어의 경우 올해까지 하나은행, 영플라자, 명동예술극장, 신세계백화점 등 4개 주요 거점장소와 내부 이면도로인 명동길 주변에 광고물을 우선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운영되고 있는 대형 전광판은 이미 명동의 주요 포토 스폿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착시효과를 통해 입체적 영상을 제공하는 ‘3D 아나몰픽’ 기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은 행안부 지정 자유표시구역 2기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2기 구역에는 서울 광화문, 명동 외에도 부산 해운대구 중동 일대가 포함됐다. 옥외광고 규제 완화 최상위 구역을 의미하는 자유표시구역에는 일반적인 옥외광고물 규제와는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크기·형태와 설치 위치의 제약이 완화되고 LED, 홀로그램 등 다양한 첨단 광고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심의 절차도 간소화된다.

서울 종로구는 광화문스퀘어를 서울 도심을 대표하는 미디어 허브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광화문스퀘어는 지난해 1월부터 2033년까지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 22만 1815㎡에서 총 9개 건물에 첨단 광고매체와 미디어폴(기둥형 광고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KT빌딩 외에도 교보생명빌딩, 동아일보 사옥, 일민미술관, 코리아나호텔 등이 대상 건물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유표시구역 지정의 가장 큰 목적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랜드마크 조성”이라며 “디지털 옥외광고를 통해 국내 광고 시장 확대와 해외 광고주 유치, 외국인 관광객 대상 홍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상생’·공익광고 ‘할당제’도 챙긴다

2기 구역들의 공통점은 유동인구와 관광 수요가 많은 상징적인 공간이 위치해 광고물 설치효과가 높다는 점이다. 1기 자유표시구역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일대의 경우 광고매출의 양적 성과는 있었지만 상권 특성상 다채로운 구성이나 자유표시구역의 취지가 충분히 구현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중소 광고업계 관계자는 “코엑스와 대로변 일대의 성격상 상권 자체가 다양하게 간판 문화를 접목할 만한 환경은 아니다. 주요 블록의 대형 광고판은 남았지만, 도시와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은 아쉬웠다”고 말했다.

자유표시구역 내 초대형 옥외광고물 사업은 사업 규모의 규격 면에서 중소 광고업체가 감당하기엔 벅찬 게 사실이다. 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사업은 수십억 원에서 최대 수백억 원대에 달해 국내 옥외 광고업계에서 설치비용을 댈 중소기업을 찾기가 어렵다. 중소업체 입장에선 경험도, 자본도 부족해 컨소시엄 등을 구성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진입이 불가능하다.

이는 광고 산업 진흥이라는 자유표시구역 제도의 본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이번 2기에서는 미디어월 등 소규모 광고매체 사업을 추진하고, 중소기업의 참여 여부도 심사 과정에 반영하도록 조건을 세웠다. 행안부 관계자는 “디지털 광고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참여 등 상생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2기에서는 이를 심사 요건으로 포함했고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도 평가한다”고 밝혔다.

2033년까지 서울과 부산의 주요 명소 경관을 대대적으로 탈바꿈하는 이번 계획이 경제적 효과를 어떻게 이끌어낼지도 주목된다. 옥외 광고물은 입지에 따라 광고주가 지자체, 건물주 등과 계약할 때 도로 점용료, 설치 허가 수수료 등이 발생한다. 도로 등에 미디어폴을 설치하면 지자체에 도로 점용료가 수입으로 들어가는 식이다. 한국지방재정공제회 한국옥외광고센터에 따르면 1기 자유표시구역 지정(2018년) 이후 5년간 광고물 표시규제 완화 등 특례 13건이 적용됐고 광고 매출액은 1577억 원 발생했다.

다만 자유표시구역 제도는 광고물 허가 및 설치·운영에서 발생하는 직접적인 재정수입보다는 간접적인 경제효과에 초점을 둔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일본 오사카의 도톤보리, 영국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처럼 세계적인 광고 거점은 단순한 광고판을 넘어 관광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복합 공간으로 기능한다.

천용석 한국옥외광고센터 수석연구원은 “자유표시구역은 사실상 민간 주도의 사업으로 추진된다. 광고 산업 진흥과 함께 경관과 랜드마크 조성 등이 효과로 나타난다”며 “자유표시구역은 해외 광고 유치와 더불어 랜드마크 중심의 상권 활성화, 축제·문화행사 개최로 이어지며 지자체의 세수 증대와 지역 경제 기반 확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을지로 일대 옥외 광고물에서는 공익광고가 자주 송출되고 있다. 공익성 역시 심의에 반영되는 주요 사항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30㎡ 이상의 대형 전광판은 관련 법령에 따라 공익광고를 20%의 비율로 송출해야 한다. 공익광고 단가 및 운영 방식 등 세부사항은 민관 합동 운영위원회가 결정하지만, 공익광고의 정량적 비율 자체는 심의·평가 과정에서 확인되는 중요 요소라는 설명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관광객·시민이 직접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참여형 광고 사례도 구상 중이다. 현장과 연동되는 체험형 광고 등이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며 “자유표시구역이 당초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될 경우, 연례 평가 등을 통해 지정 취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핫클릭]

· [현장] 워크업, 노동자가 옷을 입어보고 살 권리를 외치다

· HD현대오일뱅크 폐수 배출 과징금 절반이나 깎인 까닭

· '패싱이냐 우연이냐' 대통령 사절단서 빠진 포스코그룹 두고 설왕설래

· 골프장 이용권 '묶음 판매'만…인천공항 골프장 '묘한 운영' 속사정

· 수험생 필수 앱 '플렉슬' 오류, 일부 이용자 노트 데이터 영구 소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