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 사건 용의자 몰려···조작 증거 토대로 기소
억울한 옥살이 후 암 발병, 끝내 26세 때 숨져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로 억울하게 ‘이춘재 연쇄살인’의 용의자로 몰렸던 고 윤동일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정윤섭) 심리로 30일 열린 윤씨의 재심 재판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는 피해자의 자백 진술밖에 없는데 이 진술은 경찰의 강압으로 인해 임의로 진술된 것으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재심 판결을 통해 고인이 된 피고인이 명예를 회복하고 많은 고통을 받았을 피고인들의 유족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씨의 친형인 윤동기씨는 이날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죄가 선고되는 순간 울컥했고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참았다”며 “오늘 무죄 선고가 났으니 동생도 이제 홀가분할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씨의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윤씨는 당시 이 사건으로 인해 흉학한 범죄자로 언론에 보도되고 얼굴이 알려졌다. 출소 이후에도 감시 받는 삶을 살아야 했다”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고, 출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암이 발견됐고 젋은 나이에 끝내 숨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은 나이에 암이 발병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현재 진행 중인 손해배상소송의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라며 “무죄 판결은 명예를 되찾는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윤씨는 1991년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돼 그해 4월 23일 수원지법으로부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으나 모두 기각돼 1992년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윤씨가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입건된 당시 그는 이춘재 살인사건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렸었다. 다행히 9차 사건 피해자 교복에서 채취된 정액과 윤씨의 혈액 감정 결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오면서 살인 혐의를 벗었다. 그러나 당시 수사기관은 조작된 증거를 토대로 별도 사건인 강제추행치상 혐의를 만들어 윤씨를 기소했다.
윤씨는 이 사건으로 넉달간 옥살이를 해야 했으며, 집행유예 선고로 출소한 이후 암 판정을 받았다. 투병 생활하던 그는 결국 만 26세이던 1997년 사망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진실화해위는 2022년 12월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불법체포·가혹행위·자백 강요·증거 조작 및 은폐 등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고, 법원은 지난해 7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