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 경제학 박사

1월 20일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채 2주가 되지 않아 중국에 추가 관세 10% 그리고 관세 동맹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게다가 미국이 무상으로 준 파나마 운하를 돌려받겠다고 했고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살 의사가 분명하며 필요시 군대도 동원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트럼프는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로 주로 편입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고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고 불렀습니다. 게다가 대외원조를 위해 독립 기관인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향후 90일간 시범적으로 원조를 중단하고 종국적으로는 해체를 선언했고 이에 더해서 취임 후 첫 번째 행정명령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더 이상 코로나와 같은 전 세계의 전염병이 발생해도 빈곤국에 무상으로 백신이나 의약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는 동맹국이라고 예외가 없습니다.
2월 18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3년 만에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회담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회담은 트럼프와 푸틴의 정상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이고 미국과 러시아의 원만한 외교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주요 의제이지만 현안인 우크라이나 종전에 대해 협의했습니다.
미국 대표로 참석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러시아 측 대표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부 장관이 요청하는 종전 조건인 점령지 영토 소유권 인정과 영구적 평화를 위한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가입 불허 및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에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결정은 리야드 회담 직전 독일에서 개최된 뮌헨 안보 회의에서 밴스 미국 부통령이 말한 ‘유럽은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으며 이러한 퇴보는 러시아나 중국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닌 내부적인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에서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종전 조건이 반영되지 않으리라고 예상했습니다.
뮌헨에 이어 리야드 미국-러시아 고위급 회담에서 보여준 미국의 독단적인 결정에 대해 세계 주요 언론들은 미국 단독 시대는 지나고 세계는 다시 미국과 러시아의 다자주의로 들어섰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는 푸틴과는 우크라이나 종전과 같은 매우 어려운 문제도 서로 협의할 수 있지만, 중국과는 한 치의 타협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합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 유럽과 중국을 배제한 채 러시아 제안을 모두 수용한 것은 러시아가 유럽이나 중국보다도 더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국가라고 인정한 셈입니다. 침략국인 러시아 편에 선 트럼프는 미국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푸틴의 양해가 필요하기도 했겠지만, 푸틴은 시진핑과는 달리 민주주의 선거제도에서 당선되었고 유럽의 방해에도 경제 기적을 이룬 강한 지도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한 결과입니다.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러시아는 소련을 해체하고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다른 소련 공화국도 모두 독립시켰습니다. 미국의 조언에 따라 먼저 사회를 개방하여 국민에게 자유를 주었고 이후 과감한 사유화 정책과 자유 시장정책으로 개혁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지향하면서 더욱 통합했고 천안문 사태에서 보듯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공산당 중심의 경제 개혁에 드라이버를 하였고 짧은 시간에 큰 성장을 이루었지만, 인위적으로 시장을 이끌어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게다가 민주주의 삼권분립과는 달리 공산당 혼자 입법부와 행정부를 모두 이끌고 있고 여기서 시진핑을 선출하였으며 임기도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이런 독재 체제를 힘으로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시진핑에 대해 트럼프는 항상 불안감을 느끼고 결국 푸틴과 손잡고 중국을 압박하고자 합니다.
중국은 개방 초기에 러시아의 반대편에 서서 미국의 정책을 지지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큰 지원으로 눈부신 발전을 했지만, 러시아 경제는 쇠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러시아와 중국은 서로 신뢰할 수 없는 사이였는데 바이든 정부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서로 밀착하게 되었고 러시아는 이란과 북한과도 군사적 동맹관계까지 이루었습니다. 미국 경제를 부활시켜야 하는 트럼프는 재집권이 시작되면서부터 러시아와의 거래에서 중국, 이란, 북한까지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을 가지고, 시작해야 해서 서로 이익이 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결국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승리했고 외교적으로 확장한 국가에 대해 러시아의 영향력을 인정하지만, 중국을 멀리하고 미국과 가까이할 수 있도록 푸틴과 꾸준히 협의해 나갈 기를 바랍니다.
트럼프는 자국 우선주의로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장하고 푸틴의 정치 강령은 ‘위대한 러시아의 재건’입니다. 두 사람의 강한 지도자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언론에 숨기지 않아 강력한 정치적 성향으로 서로 타협하면서 빠르게 세계 경제 질서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미국이 안고 있는 경제적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트럼프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러시아의 양해와 지지를 요청합니다. 미국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 총생산의 100%가 넘는 부채 규모인 34조 달러 이상을 가지고 있고 부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한꺼번에 달러 채권 상환이 돌아온다거나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국제 결제에서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디폴트를 선언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시진핑은 이런 미국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달러보다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려고 하지만, 푸틴은 미국의 급속한 침몰은 더 큰 세계적 경제위기가 닥칠 것으로 생각해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푸틴은 수입국으로부터 달러 회수를 위한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을 지지하고 일론 머스크를 정부 효율 부(DOGE) 수장으로 임명하여 정부 비용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적극 지지합니다. 그리고 트럼프는 중국 시장에서 이탈한 달러 자본이 대체 투자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부동산 재벌답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도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고 북한도 좋은 관광 자원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세계는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로 이끌어 가는 다자주의가 시작됩니다. 그동안 익숙했던 미국의 단독 패권에 비해 처음 시도되는 다자주의의 미래는 매우 불확실하지만, 변화에 대해 어느 정도 추측해 볼 수는 있겠습니다. 먼저 예측되는 것은 냉전 시대와는 달리 미국과 러시아는 세계 최강 군사 대국이 친밀해져 당분간 세계는 전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그렇지만 긴장 완화를 이루는 것은 아니어서 국가를 지키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지도자의 신념은 더욱 강조되어 국방비 지출은 커질 것입니다.
미국의 강한 경쟁력을 가진 군수 산업과 최근 전쟁을 치르면서 크게 성장시킨 러시아의 군수 공장이 혜택을 얻게 됩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함께 에너지에 대해 전략적으로 협력을 합니다. 양국의 1일 원유 생산량은 2,400만 배럴로 전 세계 생산량의 38%이며 우호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량인 1,100만 배럴을 포함하면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절반이 넘어 국제 원유가격을 쉽게 조정합니다. 트럼프는 가장 먼저 바이든의 그린 뉴딜정책을 폐기하고 유전을 다시 개발하여 저렴한 에너지인 석유로 값싼 전력 발전 인프라를 많이 설치하겠다고 했습니다. 반값 에너지 인프라는 인공 지능 시대를 열기 위해 꼭 필요하며 이런 값싼 발전소를 갖춘 나라가 글로벌 인공 지능을 이끌게 됩니다.
푸틴도 러시아가 인터넷의 진입은 늦었지만 인공 지능은 선도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한 바가 있어 트럼프의 제안에 동의합니다. 인공 지능에 이어 미국과 러시아는 우주 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 협력에 관심이 큽니다. 자유무역주의 시대를 마치고 보호무역주의로 들어서는 지금의 산업 환경에서 국경의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모든 국가가 환영하는 혁신 제품이나 서비스뿐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미래 혁신적인 산업은 미개척지인 우주이며 미국과 러시아의 기술 협력은 큰 시너지를 내고 좀 더 빨리 인류의 우주 시대를 앞당길 것입니다. 우주 개척을 위해서도 표준을 만들고 지원기관을 새로 설립해야 하지만 기존의 국제기구도 현실에 맞게 실용적으로 재편할 것입니다. 유엔도 달라져야 하고 미국 중심의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적으로 공정한 운영이 기대됩니다.
자유 무역을 기치로 설립된 세계무역기구(WTO)도 보호 무역의 토대를 만들기 위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세계 주요국 위주로 다양하게 발행되는 상품의 인증 마크가 하나로 통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장 승인이 어려운 신약의 경우를 예로 들면 러시아의 GOST도 미국 FDA와 함께 중요한 인증 마크가 될 것입니다.
한국은 당장은 혼란스럽지만, 다극 주의의 등장은 분명히 새로운 기회를 맞이합니다. 푸틴은 유럽 에너지 시장을 미국에 양보하는 대신 아시아 시장을 열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트럼프는 동의해도 중국을 통해 아시아 시장으로 러시아 자원이 수출되기를 바라지 않을 겁니다. 가장 좋은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 파이프라인은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가고 LNG로 액화하여 선박으로 아시아 국가에 수출하는 것입니다. 이런 큰 국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김정은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한반도의 안보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지난 트럼프 임기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중요한 중재 역할로 미국과 북한의 종전 협상과 국교 수립에 대해 협의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푸틴에 의해 북미 종전 협상이 중재되고 푸틴의 설득으로 김정은은 트럼프와 종전 협상을 마쳐 우리 국민이 북한을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러시아는 한국을 통해 해양 국가가 되고 한국은 북한을 거쳐 유라시아, 유럽, 중동으로 기차나 자동차로 갈 수 있는 대륙 국가에 편입되어 경제문화 사회적으로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은 크게 변합니다. 독일이 러시아의 값싼 천연가스로 산업이 발전했듯이 한국도 가장 러시아의 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됩니다. 그리고 북한의 안보 리스크로 외국인 투자자에게 인식되어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뀔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러시아와 협력하여 해양으로는 아시아 국가와의 교역을 활성화하고 대륙으로는 유라시아와 유럽 중동 아프리카대륙까지 진출할 수 있고 특히 브릭스 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인구 40억 명 전 세계 생산의 36%를 차지하고 있는 브릭스의 회원국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이고 파트너 국가로는 벨라루스, 볼리비아, 쿠바,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태국, 우간다, 우즈베키스탄 등 8개국인데 지난 1월 19일 아프리카의 가장 큰 국가이고 세계에서 6번째 많은 인구를 가진 나이지리아가 합류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높은 관세 및 비 관세장벽을 쌓아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고 해서 한국 상품의 수출 기회가 어려워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와의 전략적 사업 확대로 얻게 되는 한국 기업의 브릭스 시장의 진출 가능성은 우리에게는 더욱 큰 기회가 됩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국인 특유의 용기로 또다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세계 경제의 중심을 만들 수 있도록 젊은 한국 세대에게 부탁해 봅니다.
info@blockchain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