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통위 홍기원 민주당 의원 자료
김영호 장관 “단체도 법 준수해야” 발언
그러나 10월23일 이후 단체 접촉 전무
통일부 손 놓는 사이 갈등·긴장만 고조
통일부가 지난 10월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단체가 현행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이후 단체들과 한차례도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남북 긴장 고조와 시민들 간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통일부는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대북전단 살포 단체와 총 25차례 소통했다. 대면 접촉은 지난 9월30일, 유선 접촉은 10월23일이 마지막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월24일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단체들이 현행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당시 “탈북자라도 한국에 왔으면 우리 법을 지켜야 된다”라며 “오늘을 계기로 탈북단체도 법을 잘 준수할 수 있도록 저희가 다 노력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는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전단 살포는 항공안전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전단 살포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또 해당 국정감사 이후 경찰은 지난 7일과 12일 이동진 국민계몽운동본부 대표와 박 대표를 각각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도 했다. 풍선에 딸린 전단의 무게가 2kg 이상이면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데 이를 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장관의 발언 이후 한 달 넘게 통일부의 대북전단 살포 단체 대면·유선 접촉은 없었다. 전단 살포의 위법성을 단체들에 주지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다.
통일부는 ‘전단 살포 단체들에 공문 등을 통해 법령 위반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시켜야 한다’는 홍 의원의 질의에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통일부는 앞서 항공안전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면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을 때도 “경찰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오물풍선과 대남확성기 방송 등으로 불안감과 고통을 호소하는 접경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도 지난 9월23일 이후 열지 않고 있다. 간담회는 지난 6·7월 등 총 3차례에 그쳤다.
통일부가 이처럼 수수방관하는 상황에서 시민들 간 대립은 격화하고 있다. 납북자 단체가 최근 강원 고성에서 전단 살포를 예고하자, 주민들이 해당 장소에 농기계와 화물차를 들여놓는 등 반발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31일 경기 파주에서 대북전단을 날리려 했으나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반대로 연기했다.
대북전단 살포와 이에 맞선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는 남북 간 확성기 방송 대결로 이어지면서 접경 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군사적 긴장 고조의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이미 31차례 오물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냈고, 합동참모본부는 경고 성명을 통해 “우리 군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지 말라”고 밝혔다.
홍기원 의원은 “통일부는 이제라도 지난 10월 국회에서 김 장관이 한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에 나서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다면 윤석열 정부가 ‘북한과 무력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다는 국민적 의심이 더욱더 짙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