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소비는 옛 말"…MZ를 중심으로 정착한 '저소비세대'

2025-04-08

고물가·고금리의 지속으로 소비를 줄이는 '짠테크' 문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를 추구하는 저소비문화가 하나의 생활 방식으로 정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저소비 문화는 지난 2023년부터 과시적 소비에서 벗어나 지속과 효율을 중시하는 소비에 대한 가치 변화와 '무지출챌린지', '도시락챌린지'와 같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절약을 자랑하는 문화가 확산하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저소비 문화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떠오른 소비 트렌드가 정착한 것으로, 돈을 들이지 않거나 최소한의 비용으로 삶의 만족을 추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절약에서 나아가 합리적인 소비와 함께 자원 활용을 지향한다.

소비문화가 정착하게 된 배경으로는 고물가 및 경제적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체감 소득이 낮아지고 소비 부담이 증가한 것이 꼽힌다. 소비에 대한 무력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자연스레 '지출 최소화'를 지향하는 문화가 생긴 것이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SNS, 커뮤니티, 유튜브 등을 통해 혜택과 정보를 찾는 데 능숙한 MZ세대 사이에서 공유한 정보가 축적되고 하나의 놀이, 경험으로 확산하며 저소비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SNS를 통해 저소비 문화를 접했다는 김지훈 씨(26)는 "처음 '무지출챌린지' 콘텐츠를 보고 흥미를 가져 '나도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도한 적이 있다"며 "중고 거래를 이용하거나 도시락을 싸보기도 했는데 평소 몰랐던 필요 없는 지출을 알게 되고 장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예진 씨(28)의 경우 "SNS나 주변을 보면 명품, 고가의 물건 등을 과시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요즘은 누가 얼마나 더 절약하는지 자랑하는 모습이 많다"며 "'가성비', '가심비'를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효율적이고 실속 있는 소비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같은 문화는 단순 무료소비를 넘어 무료나눔, 공유허브 등 MZ세대를 중심으로 자발적 조직과 새로운 연대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민형 씨(24)는 "최근 자취를 시작하면서 가전이나 구매해야 할 물품이 있으면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무료나눔을 찾아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통해 자신의 소비 습관과 절약 방법을 공유하며 서로 동기를 부여하는 채팅방도 여전히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한 채팅방의 경우 4만 7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었고 각자 소비 내역을 공유하며 조언을 나누기도 했다.

저소비 문화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존재했다. 디지털 소외계층 및 노년층의 접근이 어렵고 공유된 물건이나 공간에서 발생한 사고, 분쟁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가운데 현재 이같은 소비 문화는 비공식적 체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를 비롯해 수원, 인천시 등 지자체에서 생활용품이나 공구, 동아리·소모임을 위한 공간을 공유하는 공유센터를 운영하고 공유경제를 촉진하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저소비 문화는 MZ세대의 작은 유행을 넘어 사회적 연대의 새로운 방식으로서 정착되고 있는 만큼 이들의 문화가 제도적 틀로 확장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경기신문 = 장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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