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이 CJ제일제당을 떠나 지주사 CJ로 자리를 옮긴다. 미래기획실장이라는 새 직책을 맡아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 전략을 총괄하며 경영 보폭을 넓힌다. CJ그룹의 '후계자'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9월부터 CJ(주)에 신설되는 '미래기획실'을 책임지는 실장으로 지주사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 조직은 그룹의 중장기 비전 수립, 신사업 발굴 등 미래 전략을 전담한다. 이 실장이 실질적인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을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이 실장의 지주사 복귀는 6년 만이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한 뒤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이후 그룹 경영전략실과 CJ제일제당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고 2022년부터는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글로벌 식품 사업과 신사업 개발을 담당했다.
CJ 관계자는 "이 실장이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서 글로벌 사업 확장과 미래 식품 전략에 기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전체의 미래 성장 전략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조직 개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선호 실장이 그룹 미래 전략을 총괄하게 되면서 사실상 CJ그룹의 후계 구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상법 개정 등으로 경영권 승계가 복잡해진 가운데 이 실장의 역할 확대는 더욱 주목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 권한이 강화되면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가 한층 까다로워졌다.
이선호 실장은 그동안 CJ제일제당에서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 인수 이후 통합작업(PMI)을 주도했고 K-푸드 확산을 위한 '퀴진K' 기획, 사내벤처 육성 등을 이끌며 글로벌 식품 사업에서 존재감을 보여왔다. 특히 대미 투자 확대 시기와 맞물려 그의 역할이 부각되며 그룹 내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CJ그룹 승계 시나리오와도 맞물린다. 핵심 계열사인 CJ올리브영은 이선호 실장을 비롯한 오너 4세 지분율이 높은 만큼 CJ 지주사와의 합병을 통해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과거에는 올리브영 상장 후 CJ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 검토됐지만 중복 상장 논란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등으로 사실상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재현 회장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참석해 대미 협력 확대 및 CJ 브랜드의 글로벌 확산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 회장의 글로벌 전략과 이선호 실장의 미래 전략이 맞물리며 CJ그룹의 후계 구도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