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 톡신 선두주자 휴젤이 '해외 매출'에 방점을 찍은 전략적 인사를 단행했다.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지 한 달여 만에 글로벌 경영에 강점을 가진 장두현 전 보령 대표를 단독 CEO로 전격 선임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톡신 시장 공략의 본격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휴젤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장두현 대표집행임원을 단독 CEO로 선임했다. 기존의 문형진·박철민 각자 대표 체제는 해체되고 두 인사는 부사장으로 복귀한다. 이로써 문형진 대표는 재선임 한 달 만에, 박철민 대표는 6개월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단순한 교체가 아닌 회사 전략의 방향 전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장 대표는 CJ그룹 재직 당시 해외사업 부문을 담당했으며 이후 2014년 보령홀딩스 전략기획실장으로 입사해 2021년 보령 대표에 오른 인물이다. 취임 직전 5619억원이던 보령의 매출을 2024년 1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보령 시절 장 대표는 오리지널 의약품 판권을 확보하는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을 활용해 항암제 사업을 키웠고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과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패밀리' 등 자사 신약과의 공동 판매 전략을 병행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한편 휴젤은 올해 상반기 매출 2001억원, 영업이익 96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48%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 중이다. 주력 제품인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는 상반기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HA필러와 화장품 등 전 제품군에서도 고른 성장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3월 미국 FDA의 품목허가를 받은 레티보는 올해 공식 출시되며 글로벌 사업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세계 최대 톡신 시장으로 휴젤은 진출 당시 "3년 내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실제로 3월 미국 출시 이후 6월 추가 선적이 진행되며, 현지 안착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글로벌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이번 CEO 인사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해석된다. 휴젤 관계자는 "현재 미국과 중국 시장 점유율 확대는 물론, 중동과 라틴 아메리카 등 신흥시장 진출도 동시에 추진 중"이라며 "이번 대표 선임은 글로벌 전략 실행력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문형진·박철민 전 대표는 각자 기존의 의학부 총괄, 운영 총괄 업무를 부사장 직함으로 이어가며 장 대표와의 협업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국산 톡신 업계는 현재 치열한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 있다. 휴젤이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아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메디톡스·대웅제약의 합작사 '에볼루스'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는 등 후발주자의 추격도 거세다. 결국 향후 경쟁은 제품력뿐 아니라 글로벌 유통·마케팅 역량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