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사람들이 잠든 사이에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연구 보고서, 회사 자료, e메일을 스캔해 포트폴리오에 대한 통찰력 있는 자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22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롭 골드스타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올해 6월 열린 인베스터데이 행사에서 ‘아시모프(Asimov)’라는 AI 리서치 플랫폼을 공개했다. ‘가상 애널리스트’인 아시모프는 인간의 도움 없이 자율적으로 투자 분석 작업을 수행한다. 아직 주식 부문에만 적용 중이나 향후 전사 차원으로 확대 도입할 계획이다.
블랙록은 ‘금융시장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플랫폼 ‘알라딘(aladdin)’에 AI를 접목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알라딘은 대형 금융회사,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활용하는 투자·위험관리 플랫폼으로 관리 자산만 21조 달러를 넘는다. 블랙록은 알라딘이 단순 리스크 관리를 넘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AI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다.
미국 증권가에서는 블랙록을 선두로 일상적인 금융 업무에 AI가 활용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아시모프 등 새로운 AI 플랫폼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자가 정확한 정보를 더 빨리 얻을 수 있도록 돕는 협업 도구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지난달 자산운용사들이 AI와 생성형 AI, 에이전틱 AI 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원가를 최대 43%까지 줄일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투자 프로세스 간소화, 규정 준수 자동화 등 각 분야에서 AI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AI가 기업 실적 발표나 재무 보고서 등을 종합해 의미 있는 정보를 만들어내면 애널리스트가 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등 활용 방안도 다양하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바우포스트그룹 설립자 세스 클라먼 최고경영자(CEO) 역시 AI를 유능한 인턴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클라먼 CEO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AI에 한 기업의 10년 치 연례 보고서를 살펴보고 의사소통 등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비교하라고 했더니 3일 걸릴 업무를 5분 만에 답변했다”고 했다.
AI를 활용한 포트폴리오의 투자 성과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이 6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90~2020년 펀드매니저들이 매 분기 28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는데 AI 애널리스트를 이용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자 실제 수익률보다 분기당 1710만 달러를 더 벌었다. AI가 30년 동안 대부분 펀드매니저보다 평균 600% 이상 추가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 컨설팅 업체 PwC 또한 최근 ‘AI 시대의 일자리 지형 변화 보고서’를 통해 금융 서비스 산업에서 AI가 ‘완전 자동화’보다는 ‘보완’ 형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PwC 관계자는 “AI와 사람이 협업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 산업 내 AI 도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