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구장 ‘가을 야구’ 함께 못한 아쉬움 크지만 내 운명” 17년 한화 마운드 지킨 ‘마당쇠’ 장민재 은퇴, 전력분석으로 새 출발

2025-12-02

“한화 이글스는 저한테 집이나 다름없었죠.”

2009년 입단 후 17년. 우완 투수 장민재(35)는 한화 유니폼을 벗는 아쉬움을 애써 감췄다. 장민재는 “생각도 정리하며 그냥 쉬었다. 부모님이 계신 집에 오랜 만에 오니까 할 일이 많다”고 웃었다. 장민재는 지난달 한화가 재계약 불가 통보를 전달한 6명 중 하나다. 1990년생으로 30대 중반인 장민재는 현역에서 은퇴하기로 결정했다.

장민재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시즌을 지나오면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 프로는 냉정한 곳”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미련도 남을 법했다. 하지만 그는 “‘혹시 다른 팀을 가면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팀에서도 2군 생활을 해야 한다면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장민재는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다. 한 시즌 최고 성적은 2022년의 7승(8패 평균자책 3.5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한 팀에서만 17시즌을 뛰었다. 팬들에겐 궂을 일을 도맡은 듬직한 살림꾼 이미지가 있다. 장민재는 한화가 암흑기를 지나오는 과정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전천후 활약을 펼쳤고, 통산 313경기에 등판해 35승34패 4홀드 평균자책 5.11의 성적을 남겼다.

올해 전까지 한화의 마지막 포스트시즌(플레이오프) 기억이던 2018시즌에는 선발로 나서기도 했다. 장민재도 그때 ‘가을 야구’를 떠올리며 “플레이오프 선발로 나선 게 한화 선수로 가장 뜻깊은 기억”이라고 말했다.

장민재는 2023시즌을 마친 후 자유계약선수(FA)로 2+1년, 총액 8억원에 한화에 잔류했다. 계약 첫 시즌에는 26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 3.10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1군 무대에 한 번도 서지 못했다. 부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팀의 세대교체 가운데 경쟁에서 밀렸다. 퓨처스리그에서도 14경기(44이닝)에 나와 3승2패 1홀드 평균자책 4.3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장민재는 “이런 때가 올지 몰라 후회하기 싫어서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도 “아쉽지만 내 능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했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1년’ 옵션은 실행되지 않았다.

올해 대전은 한화 야구로 뜨거웠다. 새로 개장한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는 구름 관중이 몰렸고, 한화는 7년 만의 ‘가을 야구’로 화답했다. 한화는 정규리그 2위로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도 섰다. 그 곳에 장민재는 없었다. “그 자리에 있고 싶었지만 내 운명”이라고 밝힌 장민재는 “내가 능력이 안됐기 때문에 아쉬워하기 보다 조용히 한화를 응원했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는 이어 “새 구장 한화생명볼파크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싶었는데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내가 조금 더 잘했다면 한 번쯤은 서 봤을 텐데요”라고 씁쓸하게 털어놨다.

이제 장민재는 새로운 커리어를 준비한다. 한화는 그에게 전력분석원을 제안했다. 장민재도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 그는 “서른 살쯤부터 야구 선수로 제 2의 인생도 고민해왔다. 훈련이 끝나면 ‘투수들을 어떻게 잘 가르칠까’, ‘타자들이 어려워하는 공은 뭔가’ 등 야구 공부를 해왔다”고 밝히며 “이 시기가 되니 지금까지 준비한 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장민재는 마지막으로 “항상 잘했던 것도 아니지만 팬들이 응원해줘 지금까지 야구를 했다. 이제 그라운드에서 보기는 어렵겠지만, 야구장에서 기억해주고 인사해 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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