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네이버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에 MBC 예능 <무한도전>의 주인공 박명수와 정준하가 등장했다. 시청자와 실시간 소통하며 옛 추억을 회상하는 두 사람 뒤로는 ‘무한상사’ 등 지금도 회자되는 인기 에피소드의 배경이 실감나게 구현됐다. 방송이 한창이던 2010년대 시·공간으로 돌아간 듯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무한도전> 방송 20주년을 기념하며 진행된 이날 방송은 네이버의 버추얼 콘텐츠 특화 스튜디오 ‘비전 스테이지’에서 이뤄졌다. 네이버의 인공지능(AI),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의 집합체인 이곳에선 어떤 상상이든 현실이 된다.
네이버는 지난 16일 경기 성남의 네이버 사옥에 자리한 비전 스테이지 등 자체 버추얼 콘텐츠 제작 기술을 언론에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확장현실(XR) 시장 진출을 천명했다. 오한기 네이버 리얼타임 엔진 스튜디오 리더는 “올해 하반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의 첫 XR 플랫폼을 론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버추얼 콘텐츠 제작 공간은 지난 3월 정식 오픈한 비전 스테이지와 모션 스테이지다. 비전 스테이지는 다양한 주제체 맞춰 초현실화한 가상 배경을 제공하는 스튜디오다. 뮤직비디오,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 모션 스테이지는 고품질의 3D 콘텐츠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다.
이날 시연회에서는 전용 수트를 입은 네이버 직원의 움직임이 실시간 캡처돼 비전 스테이지가 구현한 우주 공간에서 유영하는 우주인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네이버는 두 공간을 활용, 치지직에서 활동하는 스트리머의 제작을 지원하며 버추얼 콘텐츠 생태계 확장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버추얼 콘텐츠 관련 기술을 확보한 네이버가 도전장을 내민 것은 확장현실(XR) 분야다. XR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들며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메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AI와 함께 점찍은 핵심 먹거리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올해 안에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 기반의 XR 콘텐츠 플랫폼을 출시하고 게임·K팝·버추얼 아티스트 등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들 콘텐츠는 삼성전자와 구글 등이 연내 출시를 목표로 공동 개발 중인 XR 헤드셋에도 실릴 예정이다. 거대 빅테크가 스마트 글라스 등 기기 개발에 집중한다면 네이버는 기기에 탑재되는 XR 콘텐츠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TV캐스트부터 쇼핑 라이브, 치지직에 이르는 10여년의 영상 미디어 콘텐츠 관련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김성호 이머시브 미디어 플랫폼 리더는 “네이버는 다양한 미디어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이 경험을 XR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네이버의 양질의 콘텐츠와 빅테크의 하드웨어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AI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 콘텐츠 관련 서비스도 하반기 중 순차 공개할 예정이다. 긴 영상의 하이라이트 구간을 AI가 자동으로 요약·정리해주거나 블로그 속 텍스트, 이미지를 모아 쇼트폼 동영상을 생성하는 기능 등이 도입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