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MZ세대’의 만남에서 희망을 보다

2025-08-25

중국에서는 언제부터인가 MZ세대가 한국 사회를 읽어내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MZ세대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친 말로 대략 1981년부터 2010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말하며, 나이로는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를 아우르는 말이다. 아마도 중국의 ‘80허우(80後, 1980년대 출생자)부터 00허우(00後, 2000년대 출생자)’까지로 거칠게 치환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이 두 나라의 MZ세대 사이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감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직접 겪은 두 나라 MZ세대에 대한 기억에 비춰볼 때, 이는 너무나도 낯선 그림이 아닐 수 없다.

기억의 편린 하나. 베이징(北京)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지도 어느덧 10여 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중국의 MZ를 만났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어와 한국문학이라는 딱딱한 내용을 강의하면서 그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화제의 중심에는 항상 K팝, K드라마, K무비와 K푸드가 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을 가지고 처음 대학에 들어온 새내기부터 다시 낯선 길을 찾아 떠나야 하는 4학년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대학 생활의 무게를 덜어주었던 것은 K컬처였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서 혐한의 그림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K컬처는 이방인 교수와의 마음의 거리를 좁혀주고 수업의 딱딱함을 잠시나마 덜어주는 활력소였다.

기억의 편린 둘. 필자가 한국의 대학에서 강의한 ‘중국 문화와 예술’ 강좌의 수강생은 매 학기 100명 이상이었고 많았을 때는 약 400명에 달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수업이었다. 이 현상은 아쉽게도 필자의 공력과는 전혀 무관하고 오롯이 중국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니즈 때문에서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온라인에서는 혐중과 혐한 정서를 부추기는 기사가 올라오고 있고, 여느 때처럼 반중과 반한 정서를 더욱더 부채질하는 MZ세대의 댓글들이 어지럽게 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경제 갈등과 문화적 마찰, 역사적 기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한다.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에 잠긴다. 그때 서로가 서로에게 가졌던 그 감정은 이제 기억의 단면에서만 작동하고 이제는 결코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것일까.

현재 재직 중인 경제무역대학 한국어학과에서는 학생들이 2학년이 되면 교환학생 자격으로 한 학기씩 한국에서 수학할 기회가 있다. 항상 정원보다 신청 학생이 많을 만큼 학과에서 시행하고 있는 여러 학생 지원 프로그램 중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먹구름이 아직 채 거치지 않은 불과 몇 년 전에도 5명의 학생들이 한국에 다녀왔다. 그들은 한국에서 열심히 한국어를 익히고 여러 한국 문화를 체험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다시 중국에서 만난 필자에게 자기들의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눈치였다. 한 학생이 한국 학생과의 우정을 들려주었다. 낯선 환경에서 힘들어하던 자기를 살갑게 잘 챙겨주었다고 한다. 돌아온 후에도 인연은 이어지고 있고 한국 친구는 자기를 ‘언니’라고 부른다고 하면서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더군다나 그 다음 해 여름에 한국 ‘동생’이 베이징에 놀러 온다고 하면서 고향 집에 내려가는 것도 여러 날 늦추면서까지 한국 ‘동생’과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행복했다.

필자는 이 두 MZ들의 만남에서 희망을 본다. 한국과 중국의 교류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그렇다고 항상 사이가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40여 년 동안 교류를 완전히 단절한 적도 있었다. 수교 기간이 MZ세대 연령대와 거의 일치한다. 어느덧 ‘이립(而立)’을 넘어섰다는 말이다. 우리네로 치면 주관이 확고하게 자리잡아 자신의 꿈을 향해 정진하는 나이가 된 셈이다. 나이가 차면 자연스레 장년이 된다고 생각하였는데 돌이켜 보면 장년을 맞이하는 데에는 참으로 많은 과정들을 겪게 된다. 부모의 정성과 희생은 물론이거니와 스스로 겪어내는 치열한 성장통은 아직 온전히 낫지도 않은 상태인 듯하다. 한중 수교가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 역시 순탄치 만은 않았다. 특히 통과의례라도 치르듯, 최근 몇 년간은 유난히 무더웠고 유난히 추웠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간절하게 만나고자 했던 마음결만은 잊지 말자.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국 한강 작가의 말대로 “과거가 현재를 도울 것이다.” 작고 소소한 일부터,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 시작하자. MZ세대답게 열정과 노력으로 어려운 순간을 이겨내자. 함께 배려하는 마음으로 갈등의 순간을 극복했다는 기억이 무엇보다 우리를 성장시킬 것이고, 여름과 겨울을 견디고 훌쩍 자란 나무줄기처럼 한층 자라난 서로를 바라볼 것이다.

글 장재웅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한반도문제연구센터 연구원·한국어학과 교수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