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약재 산책] 폐를 여는 뿌리, 도라지

2025-04-17

봄이 오면 아름다운 꽃비와 함께 꽃가루도 흩날린다. 따라서 각종 알러지성 증상들이 발현하기 쉬운데 특히 기침은 가장 힘들게 하는 증상이다. 이때 일상에서 몸을 다독일 수 있는 방법이 도라지를 복용하는 것이다. 도라지는 뿌리를 식재료나 약으로 쓰는데 한약명으로 ‘길할 길(吉)’과 ‘줄기 경(梗)’을 써서 ‘길경’이라 한다. 이는 폐의 기운을 뚫어주는 성질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길경은 초롱꽃과에 속하는 뿌리식물로, 꽃은 보라색이나 흰색이고 뿌리는 흰색이다. 본초강목이나 동의보감에도 자주 등장하는 약재로, ‘성질은 약간 차고, 맛은 맵고 쓰며, 폐를 열고 가래를 삭인다’고 전한다. 이는 폐 속에 막힌 기운을 풀어내는 역할을 해준다는 뜻이다.

기침과 가래가 끊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감길탕’을 권한다. 감초와 길경 단 두 약재만으로 이루어진 처방으로 집에서도 쉽게 끊여서 복용할 수 있다. 감초와 길경의 비율을 약 1:2 정도로 넣고 끊이면 되는데, 500ml 물에 길경14g, 감초6g 정도를 20~30분 정도 중불에 달여서 차처럼 하루 3~4회 나누어 마시면 된다.

주의할 것은 길경은 우리 몸의 상태에 따라 쓰임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폐에 열이 많은 사람, 가래가 끈적하고 누런 사람에게 더 적합하고, 마른기침이 계속되는 경우에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기침을 동반한 감기에도 몸이 차고 기운이 없을 땐 길경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으니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이 좋다.

길경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재배와 약용이 이루어졌다는 기록이 전해지며, 민간에서는 오랫동안 기침, 가래, 인후통 등 호흡기 질환 치료에 활용되어 왔다. 지금도 여전히 쉽게 구할 수 있는 친숙한 식재료이기도 하다. 봄에는 식초를 넣은 상큼한 도라지무침을 추천한다. 예민해진 호흡기를 달래고 도망간 입맛도 잡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봄은 도라지 씨를 뿌리는 시기다. 여름이면 꽃이 필 것이고 가을이 되면 뿌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의 정원에 하늘거리던 보랏빛 도라지꽃이 오늘따라 선선하게 떠오른다. 파종하러 가야겠다.

최미선 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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