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13명 잃은 말러가 묻다, 지금 들어야 할 ‘80분 치유곡’

2025-01-07

김호정의 콘서트홀 1열

클래식의 새로운 이야기

“‘라 단조의 딸림화음’ 같은 메소포타미아 단어들이 얼마나 가득한가.”

평론가 조지 버나드 쇼는 벌써 1890년대에 암호 같은 음악 해설을 싫어했습니다.

‘콘서트홀 1열’도 여기에 동의하면서,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우선 2025년 무대에 오르는 곡들이 대상입니다. 각 음악에서 어디를 어떻게 들어야 할지 짚어드립니다.

첫 회는 1·2월 서울에서 연이어 연주되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입니다.

마침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음악입니다.

지난해 말, 비극적인 참사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분노와 슬픔에 뒤따르는 것은 물음입니다. 다음 질문을 볼까요.

“우리는 지금 사랑하는 자의 무덤 앞에 서 있다. 인생은 그저 하나의 끔찍한 장난일까?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요즘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본 것 같은 질문입니다. 이걸 적은 사람은 지난 세기의 작곡가. 질문에서 출발해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80분짜리인데요, “작품의 마지막에 답을 보여주겠다”고 했죠. 또 이렇게 덧붙입니다. “이 음악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많은 이가 너무 큰 슬픔에 잠긴 지금, 이 음악에 투항하고 마음을 맡겨 보고 싶은 때입니다.

작곡가가 내린 결론부터 들어보겠습니다.

🔊말러 교향곡 2번 피날레, 레너드 번스타인, 런던 심포니, 영국 엘리대성당, 1973년

무엇이 들리시나요? 작곡가가 찾은 삶과 죽음에 대한 답, 이해가 되시나요? 이 콘텐트를 끝까지 읽고 나면 그게 들리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같은 부분을 마지막에 다시 들을 때는 완전히 다르게 들릴 겁니다.

이제부터는 작곡가가 6년 넘게 이 곡을 붙들고 만들면서 찾은 답을 함께 찾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이 치유의 시간이라고 믿습니다.

작곡가는 구스타프 말러입니다. 이미 아는 분도 있겠지만 꼭 모든 걸 알지는 않아도 됩니다. 그저 한 사람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2년 먼저 태어났던 누이는 1년 만에 세상을 떠나 만난 적이 없습니다. 태어난 이래 말러는 12명의 동생 중 9명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그가 5살일 때 한 살 동생이 죽었고, 6살일 때 또 다른 한 살짜리 동생이 죽는 식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그가 35세일 때 21세이던 동생의 권총 자살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29세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차례로 잃었고요. 말러를 가장 휘청이게 했던 것은 아무래도 딸의 죽음이었죠. 5세이던 딸 마리아는 그가 47세일 때 세상을 떠났습니다.

죽음은 모두가 인정하는 말러의 가장 큰 고통이자 공포였습니다. 오늘의 음악, 교향곡 2번도 장례식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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