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각 부처 개편 작업과 함께 장·차관 후보자 국민추천을 받고 있는 가운데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조직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노무현 정부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노준형 전 장관은 지난주 본지와 한국정보통신방송대연합이 공동 주최한 '새 정부 거버넌스·정책 혁신 좌담회'에 참석해 과학기술·AI정보통신 2개 각자 장관 도입을 주장했다.
헌정 이래 수도 없이 정부 조직이 변화됐지만, 단일 부처 아래 장관 2명을 두는 조직 구조안은 처음 나온 것이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부처 조직이라 당장은 생경할 수밖에 없지만, 장관을 지낸 본인이 이런 독특한 의견을 들고 나온 이유 또한 분명히 있을 것이다.
노 전 장관은 지금은 글로벌 선도기업이 된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회사 전체를 대표하는 대표이사가 존재하지만 반도체, 휴대폰, 가전사업 부문을 각자 대표에게 맡겨 서로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하면서 해당 사업을 책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노 전 장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처는 하나로 두되, AI(인공지능)정보통신 장관, 과학 장관 두 명을 세워 각자 업무에 전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AI부를 만들어 이를 부총리격으로 격상시켜 운영한다든가, 교육과학기술부와 인공지능정보통신혁신부 같은 조직 분리안이 나왔지만, 이번엔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이다. 부총리급 비대조직 탄생이나, 작고 효율적인 정부에 거꾸로 가는 조직 편성이라는 반대 논리를 일거에 설득할 수 있는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더욱이 효능감과 성과 도출에 집중하는 이 대통령 행정 업무 특성상, 부처는 그대로 두면서 최대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방안은 아닌지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다. AI산업 육성을 새정부 최대 목표로 삼은 만큼, 별도 부처를 내지 않더라도 과학기술 등 원천기술과 AI업무를 연계할 방안이기 때문이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 형태 그대로는 이재명 정부에서 국가혁신과 미래비전·성장동력 창출을 책임질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질적이면서도 함께 써야 할 두 분야를 각자 장관에게 맡겨 국민이 원하는 성과를 내도록 실험해 보는 것도 괜찮은 시도일 것이다.
어쩌면 대한민국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분야는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변화를 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