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송현] ‘한영 AI 동맹’을 위한 골든타임

2025-12-30

인공지능(AI)은 이제 모니터 안의 언어를 넘어 우리의 물리적 삶을 직접 움직이는 ‘피지컬 AI’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스스로 최적의 경로를 찾는 물류 시스템부터 환자를 진단하고 집도하는 수술용 로봇까지, 이 거대한 전환기에서 한국과 영국은 강력한 ‘상호 보완적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먼저 양국 간 협력을 통해 ‘뇌와 몸의 완벽한 결합’을 이룰 수 있다. 영국은 AI의 발원지이자 이론적 토대다. 알파고를 탄생시킨 구글 딥마인드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들은 독보적인 기초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를 실체화하는 실행력과 산업 기반에서 세계 최강국이다. 글로벌 1위의 산업용 로봇 밀도, 반도체 제조 역량, 그리고 체계화된 대규모 산업 데이터는 영국의 똑똑한 ‘뇌’가 깃들기에 최적화된 강력한 ‘몸’이다. 영국이 설계한 지능형 알고리즘이 한국의 제조 라인과 반도체 하드웨어에 탑재될 때 양국의 기술은 전 세계 물리적 AI 시장을 선도하는 표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양국은 AI 기술 발전 정도가 비슷해 대등한 위치에서 정보를 교환할 수 있으며 특히 산업구조상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아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 없이 윈윈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를 가졌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우주, 에너지, 방산 등에 영국의 표준화 경험과 한국의 시공·운영 역량을 결합할 수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관리나 미래 전장의 판도를 바꿀 AI 무기 체계 등은 양국이 대등한 파트너로서 함께 풀어갈 공동의 숙제이자 기회다.

특히 영국은 유럽 내 어느 국가보다도 한국과 협력하기에 유리한 언어·문화적 환경을 갖추고 있다. 영어라는 공용어는 연구자들 간의 즉각적인 소통과 지식 공유를 가능하게 하며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영국의 비즈니스 문화는 한국의 빠른 실행력과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러한 낮은 문화적 허들은 복잡한 다국적 협력에서 흔히 발생하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주며 양국을 심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파트너로 묶어준다.

한국은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의 허브로서 영국이 지닌 전략적 가치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올해 초 한국이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 지위를 확보하며 협력의 토대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제 양국 연구진은 공동 컨소시엄을 통해 약 140조 원 규모의 호라이즌 유럽 연구 자금과 10조 원에 달하는 유럽 AI 인프라(유로HPC)를 공동 활용하며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전략적 요충지를 선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가능성은 결국 ‘사람’과 ‘자본’의 흐름이 원활할 때 현실이 될 수 있다. 학부생부터 전문 연구원까지 자유롭게 오가는 ‘한영 AI 에라스무스’ 모델과 같은 비자 제도와 교류 프로그램을 정착시켜야 한다. 또 최소 5~10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 공동 연구 펀드’를 통해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영국 내 재영한인아카데미아(KUAS)와 같은 인적 자산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민관 협력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한국과 영국이 상호 보완적인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기초와 응용, 이론과 실천을 잇는 가장 완벽한 AI 동맹을 완성할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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