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고,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라고 했다. 그 사람의 언어가 곧 그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유명한 경구들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대선을 앞둔 2016년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막말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겨냥해 “그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격 있게 가자”고 했다. 좋은 정치가 좋은 사회를 만들고, 좋은 정치는 좋은 언어로 발현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언어는 사회의 거울이다. 갈등이 심한 사회에선 언어부터 거칠어진다는 걸 매일 실감하는 요즘이다. 집권당이자 주류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의원 입에서 “헌재를 부숴버려야 한다”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대통령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선 “빨갱이는 죽여도 돼”와 같은 섬뜩한 말이 예사로 나온다. 한 극우 유튜버는 탄핵 찬성 발언을 하는 여학생에게 “최신 야동(음란물)이나 추천해 달라”는 성희롱성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광장의 언어는 피아식별이 분명한 선동의 언어이기 쉽다. 그렇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특정 성별·계층·지역의 혐오·차별을 조장하는 발언은 금물이다. 욕설이나 장애인 비하로 비칠 수 있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가 지난 1일 탄핵 촉구 집회에서 “지랄 발광을 하고 있지만 윤석열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등 발언을 했다가 이튿날 사과했다. 집회를 주최한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비속어 등 부적절한 발언에 관해 조국혁신당에 항의하고 사과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힌 뒤였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촉구 집회 때 ‘미스박’ ‘닭×’과 같은 여성 혐오적 표현이 나와 논란이 됐다. 윤석열 탄핵 찬성 집회 분위기는 다르다고 한다. 혐오·배제의 언어를 피하고 포용의 언어를 써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내란 극복은 혐오·배제로 점철된 내란의 언어를 극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란 세력이 저급하게 갈수록 민주공화국을 지키려는 이들은 품격 있게 가야 한다. 양측이 만들려는 사회가 어떻게 다른지 극명하게 보여줄 것이다. 저항언어에도 품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