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에서 오는 신임 주한 美 8군 사령관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2025-09-06

2024년 11일 중국과 러시아 해군이 북태평양의 동해 및 오츠크해에서 무려 18일간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이는 러시아 입장에선 동서 냉전 종식 후 최대 규모의 해상 훈련이었다. 크레믈궁은 9만명이 훨씬 넘는 장병을 비롯해 수상함, 잠수함, 군수 지원함 등 400척 이상의 전함이 각종 군용기와 더불어 훈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군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는 해당 지역에 있는 미국 동맹국들의 안보 이익까지 해치는 짓”이라는 말로 모든 책임을 미국에 떠넘겼다.

미국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러시아와 가장 가까운 미국 영토인 알래스카에는 미 육군·공군이 함께 쓰는 엘멘도르프·리차드슨 합동 기지가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사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러 정상회담이 열린 바로 그 장소다. 이곳에는 미 육군의 정예 제11공수사단이 주둔하고 있는데, 조지프 힐버트 사단장(소장)은 알래스카에 속한 알류샨 열도의 제일 남단까지 신속하게 미군을 배치했다. 이들은 다연장 로켓포 ‘하이마스’(HIMARS)와 레이더 등 고성능 무기를 갖춘 상태였다. 힐버트 사단장은 “미 육군이 별다른 예고도 없이 태평양의 가장 외딴 곳으로 첨단 자산을 능숙하게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제2차 세계대전 도중 창설된 11사단은 6·25 전쟁에 참전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1960년대 미 육군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체되기도 했으나 2022년 알래스카에서 재창설됐다. ‘북극의 수호 천사’(Arctic Angel)라는 부대 별명에서 보듯 21세기 들어 미국·러시아·중국 간에 핵심 전략 경쟁지로 부상한 북극을 방어하는 것이 목표다. 11사단 장병들이 고강도 공수 훈련을 받는 것은 유사시 신속하게 알래스카에서 벗어나 러시아군 및 중국군과의 충돌 현장에 투입되기 위해서다. 힐버트 사단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태평양 및 북극 지역에서 미군 역량의 강점과 유연성(flexibility)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혀 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트럼프가 5일 미군 장성 인사를 단행하며 힐버트 사단장을 중장으로 진급시켜 주한 미 8군 사령관에 임명했다. 요즘 미 백악관과 국방부가 ‘한·미 동맹 현대화’라는 기치 아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는 시기여서 주목된다. 이는 2만8000명가량의 주한미군을 한반도에만 묶어둘 것이 아니라 대(對)중국 및 대러시아 견제용 등 다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극이나 태평양 일대에서 미국의 국익이 러시아나 중국에 의해 위협을 받는 경우 주한미군을 재빨리 한국에서 빼내 분쟁 지역으로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알래스카에서 곧 부임할 새 미 8군 사령관의 취임 일성이 무엇일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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