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공자는 타악기 경쇠를 연주하고 있었다. 때마침 공자 앞을 지나던 사람이 “연주하는 악기 소리에 ‘하고자 하는 마음(천하를 다스리려는 마음)’이 담겼구나!”라고 말하면서 “안타까운지고! 자신을 알아주지 않으면 그만둘 일이지, 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강하도다! 물이 깊으면 옷을 벗어들고 건너고, 물이 얕으면 옷을 추켜올리고 건너면 될 텐데…”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과단성 있는 사람이구나! 어려울 일이 없으리라”라고 말했다. 두 현자가 나눈 대화의 속뜻이 오묘하다. 길 가던 현자는 경쇠소리만 듣고서도 공자가 천하를 바르게 다스려보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음을 알아차리고서 깊은 물과 얕은 물을 건너는 비유를 들어 상황에 맞게 살 것을 권했고, 이에 대해 공자는 그 현자의 적응력 좋은 ‘심플 라이프’에 감탄하며 “세상 참 쉽게 살 사람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심즉려 천즉게(深則? 淺則揭)’는 원래 『시경』 구절인데 은자가 인용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고집하면 벽창우이다. 돌아서 갈 줄도 아는 여유와 지혜가 필요하다. 스트라이크만 능사인 게 아니라 ‘맞춰 잡는’ 투수가 더 빛나는 투수일 수 있는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