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아래 땅속에 묻는 신개념 충전기
주행하면 저절로 배터리에 전기 공급
‘유도 코일’ 사용해 무선 전력공급 효과
평균 200㎾ 성능…급속 충전기 능력
‘전기차 보급 가속’ 계기될 가능성 주목


# 운전자가 불안한 눈빛으로 차량 계기판에 끊임없이 시선을 던진다. 이 운전자가 몰고 있는 것은 전기차로, 남은 배터리 충전량은 10% 아래를 가리키고 있다. 내연기관차로 치면 주유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바닥을 향해 가는 충전량은 주행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가속페달을 세게 밟아도 차가 빠르게 나아가지를 않는다. 결국 충전량이 0%까지 떨어지자 차는 도로에 멈춰 선다. 차량 탑승자들 사이에서는 깊은 탄식이 터져 나온다.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전기차 관련 동영상의 일부다.
이런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 대부분의 전기차 운전자들은 각별히 신경을 쓴다. 장거리 운전 때에는 충전소 위치를 미리 알아두고, 에어컨과 히터를 켤지 말지도 남은 충전량을 고려해 결정한다.
그런데 최근 전기차 운전자들이 겪는 이런 고충을 해결할 신기술이 등장했다. 전기차를 몰고 그냥 달리기만 하면 배터리에 전기를 저절로 채울 수 있게 하는 방법이 고안된 것이다. 비밀은 휴대전화 무선 충전기를 닮은 ‘이상한 도로’에 있다.
지난주 프랑스 고속도로 운영기업 빈치 오토루트와 이스라엘 충전 기술 업체 일렉트레온 등은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40㎞ 떨어진 ‘A10 고속도로’에서 새로운 유형의 전기차 충전기를 가동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공개한 충전기는 일반적인 충전기와는 개념부터가 다르다. 보통 전기차 충전기는 공중전화 부스 형태로 지상에 우뚝 서 있다. 충전기 옆에 차량을 세운 뒤 차체에 충전용 케이블을 꽂아 전력을 공급받는 방식이다.
그런데 연구진이 개발한 충전기는 눈으로 볼 수 없다. 고속도로 표면 수십㎝ 아래 땅속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전기차를 몰고 이 충전기가 매설된 고속도로 위를 그저 달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저절로 전기차 배터리에 전기가 채워진다. 교통체증으로 정차해 있어도 역시 충전이 된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 기술의 핵심 장치를 보면 의문이 풀린다. 바로 ‘유도 코일’이다. 연구진은 A10 고속도로 땅속에 구리 재질의 전선 덩어리인 유도 코일을 철길처럼 길게 깔았다. 총 시공 길이는 1.5㎞다.
유도 코일 주변에는 자기장이 생긴다. 이 자기장이 전기를 다른 전자기기로 무선 공급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유도 코일이 충전 케이블 없이 전기차에 전력을 넣어준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운전자가 충전소를 굳이 찾아갈 필요가 없도록 만든다.
이 기술의 기본 원리는 일상에 많이 보급돼 있는 휴대전화 무선 충전기와 비슷하다. 전기차 무선 충전 기기가 시험용 도로가 아닌 실사용 도로에 시공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도 코일이 깔린 고속도로는 전기차를 편하게 충전할 수 있도록 만들 뿐만 아니라 전력 공급 능력 자체도 좋다. 연구진은 “평균 200㎾(킬로와트)로 전기차를 충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판매되는 세단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형태 전기차의 배터리 충전율을 10%에서 80%까지 끌어올리는 데 약 30분이면 충분하다. 이는 현재 급속 충전기 수준의 성능이다.
이번 기술은 장거리 이동 때 목적지에 도착하는 데 들어가는 총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도 낸다. 지금처럼 배터리를 채우기 위해 차량을 멈춰 세워 충전기 앞에서 시간을 버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자신의 이동 경로를 짤 때 충전 시설이 매설된 도로 구간을 적절히 섞으면 목적지까지 사실상 ‘논스톱’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유도 코일을 A10 고속도로에 1.5㎞ 길이로 매설한 만큼 아직 충분히 긴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기술의 잠재적 폭발력이 큰 점은 분명하다. 향후 시공 구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번 기술은 그동안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던 잠재적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수시로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기차에 탑재하는 배터리 크기도 줄일 수 있다”며 “차량이 더 저렴해지고 무게도 가벼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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