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기업은행 '882억 부당거래' 조직적 은폐"···금감원 제재절차 착수(종합)

2025-03-25

금융감독원이 최근 검사를 통해 IBK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이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에 관여한 사실을 밝혀냈다. 기업은행이 조직적으로 위법행위를 은폐했다고 보고 제재에 나선 감독당국은 금융권에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25일 오전 금감원 서울본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우리은행의 전직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건을 포함해 여러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있었는데, 검사 과정에서 공통적인 문제를 발견해 중점 점검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한 퇴직직원은 은행 직원인 배우자(심사역), 입행동기(심사센터장, 지점장) 및 사모임 등을 통해 친분을 형성한 다수 임직원과 공모해 7년간 785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받거나 알선했다. 또 다른 직원은 퇴직직원에게 2억원을 투자한 후 부당대출(70억원)을 취급한 뒤 투자금 회수 명목으로 시가 4억원 상당의 부동산(지식산업센터)을 받았다.

특히 기업은행은 자체조사를 통해 전·현직 임직원 등이 관여된 조직적 부당거래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금융사고를 허위·축소·지연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검사기간 중 자체조사 자료를 고의로 삭제했다는 게 이 수석부원장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조직 차원에서 이와 같은 금융사고를 숨겼다고 보고 제재절차에 착수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기록 삭제 정황과 관련자 간의 대화 등으로 미뤄볼 때 형법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조직적인 은폐 정황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 제재 과정에서 혐의가 확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수석부원장에 따르면 이번 사례는 통상적인 은행의 부실채권 대비 굉장히 높은 부실화 경향을 보이고 있고, 부실화 비율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말 기준 기업은행의 부당대출 총 882억원의 대출잔액은 535억원으로, 이 중 95억원(17.8%)이 부실화된 상태다.

이 수석부원장은 "금융산업은 고객 돈으로 장사를 하는 비즈니스라 선관주의 의무가 매우 강하게 요구된다"며 "금융회사는 이해관계자의 내부거래로 발생 가능한 이해상충 방지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대부분 형식적으로만 반영돼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감독당국 제도개선으론 한계···"금융권 스스로 달라져야"

또한 이 수석부원장은 감독당국의 제도개선만으로는 이와 같은 금융사고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고 호소했다. 금융권이 자발적으로 인식을 전환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해야한다는 얘기다.

이 수석부원장은 "내부통제와 조직문화는 감독당국의 제도개선만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이뤄내기 어렵다"며 "그런 측면에서 제도적인 보완 조치는 상당부분 이뤼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나라에는 없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작동되고 있고, 지난해엔 책무구조도 등 추가적인 제도들이 갖춰졌다"며 "다만 이 같은 제도이 실효성 있게 작동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감독당국은 기존에 마련한 제도의 운영과 정착에 주력하고, 금융권 스스로 인식과 문화를 바꿔야할 때라는 지적이다.

또한 이 수석부원장은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자회사 편입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는데, 내부통제가 금융권의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그간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는 자본 적정성 등 재무적인 평가에 비해 뒷전이었지만 앞으로는 전반적인 조직문화를 금융회사 평가에 엄격하게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의 이해관계자 부당대출 전수조사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검사인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현재 밝혀진 사안을 처리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 수석부원장은 "감독당국의 조사 외에 금융회사들이 자체 점검을 통해서 문제를 스스로 시정하고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부당대출에 대한 제재수위와 책임관계에 대해서는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이라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회사 차원에서 위법행위를 주도했는지, 관리할 의무가 있는데도 중대한 과실을 방치를 했는지에 따라 책임 소재가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금융 자회사 편입 관건은 경영개선 '실효성'

한편 이날 브리핑에서는 MG손해보험 인수합병(M&A), 우리금융 자회사 편입 심사,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셀프 연임 등 금융권 주요 현안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이 수석부원장은 "MG손보는 세 차례 매각을 시도를 했지만 시장에서 인수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보험 시장의 건전한 경쟁 질서 유지와 보험 계약자의 이익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시장 혼란이 커지는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조치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 자회사 편입 심사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은행권의 내부통제가 형식적인 준수에 그치고 실질적인 고객 이익 보호에 미흡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외형을 확장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의문점이 있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바꿔나가느냐가 심사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전달받은 금융위는 우리금융의 경영개선 방안과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셀프 연임 논란 대해서는 "금융 관련 법령이나 당국의 지침에 의해 규율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며 "주주 또는 회사의 이해관계자들이 적정성을 판단하고 관련 절차에 따라 승인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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