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이고 뭐고 다 없어졌어요.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19일부터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일대가 큰 피해를 입었다. 산사태와 주택 침수, 주민 고립이 이어지면서 평화롭던 농촌 마을은 순식간에 참혹한 재난 현장으로 변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조종면 현리 인근은 서강대 인성교육원이 위치한 마을이다. 이날 오전 기자가 찾은 현장은 진흙탕과 파편, 부서진 생활도구로 아수라장이었다. 도로 곳곳은 흙더미로 막혀 있었고, 중장비가 쉴 새 없이 오가며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현리 마을을 휘감아 흐르던 십이탄천 주변에는 여름철 피서객들을 맞이하던 식당과 편의점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이번 집중호우로 상황은 급변했다. 강을 따라 쌓인 옹벽이 무너지면서 편의점 건물 전체가 강으로 쓸려내려갔고, 2층 주택까지 침수됐다.
해당 주택에 거주하던 김희옥 씨(가명)는 "새벽 3시쯤 벽이 무너지면서 건물 안에 갇혔다가 소방대원들에게 겨우 구조됐다"며 "몸은 병원에서 치료받았지만, 집도 잃고 키우던 강아지 '행복이'도 못 나왔다.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라며 눈물을 삼켰다.

식당들도 대부분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한 식당은 내부 주방까지 진흙이 들이닥쳐 조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발목을 넘는 토사물이 식당 앞마당에 쌓였고, 주차장이었던 공간도 진흙밭이 됐다.
삭당주인 박태범 씨(가명)는 "뒤쪽 대추밭도 전부 물에 잠겼다. 복구는 엄두도 못 낸다.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조종면 피해 소식에 타지에서 고향을 찾은 이들도 있었다. 서울에서 급히 내려온 50대 부부는 "부모님 묘소가 산사태 지역 근처인데 흙탕물이 너무 심해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산사태 피해는 현리뿐 아니라 신성리, 상면 원흥리 등지에서도 확인됐다. 마을 도로 위에는 흙과 나뭇가지가 뒤엉켜 있었고, 몇몇 주택에는 토사가 들이닥쳐 주민들이 직접 삽과 손수레로 흙을 퍼내고 있었다. 일부 차량은 뒷바퀴까지 진흙에 파묻힌 채 방치돼 있었다.
특히 피해 주민 중 일부는 대피소 정보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상태였다. 신소영 씨(가명)는 "집이고 뭐고 전부 무너졌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며 "누가 이재민을 챙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조종면 관계자는 “현재 마을 고등학교와 회관 등에 대피소를 마련해 마을 방송과 안내를 통해 전파 중”이라며 “이재민들이 신속히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19일 오후 5시부터 예보 강수량(20~80mm)의 두세 배 이상인 197mm가 가평에 쏟아졌다. 포천은 209mm, 의정부는 178mm를 기록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가평군에서만 사망 2명, 실종 9명, 이재민 170여 가구가 발생했다. 복구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며, 주민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 경기신문 = 김영복·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