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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24일 기준 3년이 지났다. 최근엔 종전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긴 전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3년간 전쟁은 우리 농업과 국민 식탁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대표적인 곡물 수출국인 두 나라의 전쟁은 식량안보를 세계적 화두로 띄웠다. 글로벌 공급망에 구멍이 뚫리자 곡물가격이 치솟아 2022년 3월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식량가격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크게 의존하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국가처럼 주식에 타격은 없었지만 우리도 사료와 식품 원료 확보에 애를 먹어야 했다.
식량 공급이 일부 국가에 치중된 구조에선 언제든 식량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전쟁으로 재확인됐고, 그해말 우리 정부는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러시아산 곡물의 기록적 풍작,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재개 등의 영향으로 국제 곡물 수급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국내에서도 식량안보가 뒷전으로 밀렸다.
지난 3년간 수입선 다변화 등 식량 공급망 접근성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은 “수입선 다변화는 최적화된 수입선보다 가격 등 조건이 나쁜 쪽에, 식량안보를 위해 투자하는 개념으로 반드시 추가 비용 투입이 요구된다”면서 “우리 정부가 이런 부분에 비용을 배분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해외에서 국내 기업이 생산한 농산물을 국내로 들여오도록 지원하는 ‘해외농업자원개발사업’은 예산이 들쭉날쭉한 가운데 반입 실적은 전체 농산물 수입량에 견줘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엘리베이터 등 해외 곡물 유통시설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2023년 시작한 ‘해외곡물망확보 융자 지원’은 2023∼2024년 2년째 실적이 전무했다.
국내 자급 상황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식량자급률은 2022년 반짝 상승했을 뿐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정부가 앞선 ‘식량안보 강화방안’에서 지키겠다고 했던 농지 150만㏊는 붕괴가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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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은 외부 요인으로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지만 우리가 대책을 제대로 마련했는지엔 물음표가 붙는다. 전쟁으로 농약과 비료 등 투입재가격이 상승했는데, 특히 비료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후 오름세에 있던 가격이 더 악화해 농가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무기질비료가격이 오른 만큼 농가를 보조하는 정도였다. 투입재가격을 언제, 어느 수준까지 지원할지, 보다 근본적인 농가경영 대책이 필요한지 등의 논의는 결실을 거두지 못했고 전쟁 기간과 거의 겹쳐 진행된 ‘양곡관리법’ 개정 논란과 함께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올해는 비료가격 지원 예산도 편성되지 않아 농가는 종전이 논의되는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비료가격과 씨름 중이다. 최근 비료가격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로 원자재가격이 좀체 안정되지 않는 데다 미국발 무역전쟁에 따른 환율 상승까지 겹쳐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전쟁 이후 농정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한 전문가는 “한국의 식량위기 대응은 최근 식량안보를 지키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이며 관련 법안까지 만든 일본·중국과 차이가 있다”면서 “농산물 수입 위주 정책과 소농 구조의 고착화로 농업 위기를 맞은 최근의 필리핀과 오히려 상황이 겹쳐 보인다면 기우인가”라고 반문했다.
양석훈 정경부 차장 shak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