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아성 무너뜨린 비만약" 일라이 릴리, 제약사 최초 '1조달러 클럽' 입성

2025-11-23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제약업계 새 역사를 썼다. 애플,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1조달러 클럽'에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기술주가 아닌 제약주가 이 같은 기록을 세운 것은 비만치료제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 주가는 21일(현지시간) 장중 1066.65달러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제약업계 최초이자, 비(非)기술기업으로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에 이어 두 번째다.

현재까지 미국 기업 중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한 기업은 총 10곳이다. 1위부터 8위까지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모두 빅테크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릴리의 시총 1조달러 돌파가 제약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릴리 주가는 올해 들어 35% 이상 급등했다. 미국 의학전문지 바이오스페이스에 따르면, 릴리의 시가총액은 11월 990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BMS, GSK, 머크, 노보 노디스크, 사노피,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 6곳의 시가총액을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

릴리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제품은 비만·당뇨 치료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다. 두 제품은 미국 신규 환자 시장에서 70~7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경구용 GLP-1 후보물질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 릴리는 세계 최초의 먹는 비만 치료제 보유사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업계에서는 릴리의 '비만약 삼총사'의 글로벌 매출이 최대 10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포글리프론의 첫해 예상 매출만 약 5억 달러에 이른다. 특히 오포글리프론은 제조 비용이 저렴한 소분자 의약품으로 개발돼 대량 생산이 용이하고 시장 가격 변동에도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당초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가 선도했으나, 공급 부족으로 공백이 생긴 사이 릴리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특히 릴리는 마운자로가 GIP·GLP-1 수용체에 모두 작용하는 이중작용제라는 점을 앞세웠다. 위고비는 GLP-1에만 작용하는 단일작용제다.

릴리의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는 체중감량 효과와 생산·유통 확대에서 우위를 확보하며 올 3분기 위고비 매출을 추월했다. 올 3분기 마운자로 매출은 전년 대비 109% 급증한 65억 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젭바운드 매출은 전년 대비 184% 성장한 35억 9000만달러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젭바운드와 마운자로를 합쳐 약 257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행정부의 비만치료제 가격 인하도 오히려 릴리에게 기회가 됐다. 이달 6일 미국 백악관은 젭바운드와 위고비 가격을 대폭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릴리의 수익 감소를 우려했으나, 오히려 더 넓은 고객층 확보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하락으로 환자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시장 저변이 넓어질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다만 릴리는 향후 젭바운드와 마운자로의 특허 만료에 따른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 의약품의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릴리가 소비자 직접 판매 플랫폼인 '릴리 다이렉트'를 통해 유연한 가격 정책을 펼치며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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