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노동자 울리는 ‘역학조사 장기화’…작년 635일로 역대 최장

2024-09-22

근로복지공단이 지난해 결론이 난 산재 역학조사 결과를 조사 기관으로부터 회신받는 데까지 걸린 기간이 평균 634.6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역대 최장 소요기간이다. 역학조사 장기화로 조사 중 사망한 노동자는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60명을 넘어섰다.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이 22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양대 역학조사 기관인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처리기간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해 결론을 내고 근로복지공단에 회신한 역학조사에 걸린 기간은 평균 952.4일로 2018년(385.9일)보다 2.5배가량 늘었다. 직업환경연구원의 경우 지난해 588.1일로 2018년(211.8일)보다 2.8배가량 늘었다.

노동자가 직업병으로 산재 신청을 하면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질병 간 인과관계를 살피는 재해조사를 하고 필요 시 역학조사를 의뢰한다. 신규·희귀 직업병 및 대규모 역학조사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나머지 일반적 역학조사는 직업환경연구원이 맡는다.

두 기관의 역학조사 기간을 종합한 수치를 연도별로 보면 2017년 178.4일, 2018년 298.9일, 2019년 359.8일, 2020년 356.6일, 2021년 502.2일, 2022년 550.6일, 지난해 634.6일이었다. 올해 상반기는 640.1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역학조사 장기화로 노동자가 산재 승인을 기다리다 숨지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직업환경연구원 기준으로 역학조사 진행 중 사망자 수는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163명이었다.

역학조사 장기화는 지난해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주요 현안으로 다뤄졌다. 당시 ‘역학조사 장기화의 피해자’로 소개된 삼성디스플레이 연구노동자 최진경씨(사망 당시 49세)는 지난해 11월 끝내 산재 승인을 받지 못한 채 유방암으로 숨졌다. 최씨는 생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보낸 편지에서 “무엇을 조사하느라 4년이 필요한 것인가. 인력 부족을 떠나 직무유기 같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새로운 유해요인과 희귀질환 등 역학조사가 필요한 질병이 느는 데 반해 인력은 부족한 것이 역학조사 장기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노동부는 지난 2월 산재보험제도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집중처리기간 운영을 통한 장기 미처리 건 해소, 인력운영 개선 등을 역학조사 장기화 대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역학조사 기간 감소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산재 피해 노동자들이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다 숨지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동부가 전향적 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저소득 산재 피해 노동자가 산재 승인이 나기 전까지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해 건강이 더 악화되는 걸 막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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