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 복지는 동물이 생태적 습성에 맞는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인데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으니 최소한 고통을 줄이고 숨통이라도 트이게 해주는 것입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세계 고양이의 날(8일)’을 앞두고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철창 속에서 반복되는 출산을 강요받던 강아지, 실험실로 향하는 유기견의 눈빛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 고양이의 날은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이 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과 유기묘 입양 등을 위해 2002년 창설했다. 26일은 ‘세계 개의 날’이다. 둘 다 2000년대 들어 동물 복지가 강조되면서 생겨난 기념일이다. 그는 “고양이의 날과 개의 날이 제정된 것은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확산한 데 따른 것”이라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키우는 동물일수록 많은 유기와 학대가 발생한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고통을 호소하는 모든 생명체는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신념으로 2000년 동물자유연대를 설립한 조 대표는 이제 한국 동물 복지의 제도적 토대를 다져가는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그는 과거 유기견 구조를 돕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조 대표는 “동물 복지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번식장을 보면서였다”며 “작은 철창 안에 빼곡히 들어찬 강아지들의 모습은 큰 충격이었다”고 회상했다.
국내에서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됐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그는 “당시 동물 학대에 대한 법적 처벌은 고작 벌금 20만 원 수준이었고 그마저도 잘 집행되지 않았다”며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동물자유연대를 만들고 동물 복지 실현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 구호 활동과 법·제도 개선에도 집중해왔다. 공장식 축산의 대표 격인 ‘배터리 케이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식품 기업과 협약을 맺고 2028년까지 배터리 케이지에서 생산되는 계란이 아닌 동물 복지란으로 모두 전환한다는 약속을 이끌어낸 것도 이 단체의 성과 중 하나다.
조 대표에 따르면 다행히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한국 사회의 동물 복지 인식은 바뀌고 있다. 시민들의 인식 변화와 정치권과의 협력이 맞물리면서 가져온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개 식용 금지’를 꼽았다. 그는 “지난해 개식용금지법이 제정됐는데 몇 십 년 걸릴 것 같았던 게 이렇게 빨리 가능하게 될 줄 몰랐다”며 “동물자유연대를 비롯해 다른 동물 보호 단체, 시민들, 정치권이 노력한 결과로 이런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소·돼지는 먹고 왜 개는 안 되냐”며 동물 차별을 언급한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가족처럼 여기는 동물을 식용 산업에 넣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감성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개뿐 아니라 새로운 동물을 식용 대상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 대표는 동물보호법의 개선 과제로 ‘소유권 박탈’ 조항 신설을 꼽았다. 그는 “학대 현장을 눈앞에서 보고도 동물의 법적 소유권이 학대자에게 있다면 구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현재 동물보호법 내용이 반려동물 중심인데 농장·야생동물도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 복지는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동물 복지에 관심은 있지만 막연함을 느끼는 시민들에게 조 대표는 “동물쇼 보지 않기, 동물 카페에서 동물 만지지 않기부터 시작해볼 것을 제안한다”며 “동물도 고통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호소할 줄 아는 생명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게 동물 복지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올해 말 동물복지포럼을 개최해 동물권과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꾀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그간 동물 복지 관련 캠페인과 입법 중심으로 활동했는데 이제는 학문적 접근도 할 예정”이라며 “과학적 데이터와 인문학적 연구가 동물 복지의 필요성을 뒷받침해줄 수 있어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한국의 동물 복지 담론이 깊어지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