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보부대의 붕괴: 문상호가 롯데리아에 간 이유

2024-12-20

이번 12.3 내란을 통해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내란 사태가 수습되면, 정보라인을 싹 갈아엎을 것이다.

어쩌면, 2024년은 대한민국 정보부대 숙청의 원년이 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정보부대

여인형 방첩사령관

대한민국에서 정보를 다루는 ‘군부대’는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따지면, 국방정보본부와 국군방첩사령부 두 곳이다.

정보본부는 적의 정보를 빼 온다는 입장으로 ‘공격’의 역할을 맡는다.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등 우리 접경 국가나 국군이 파병되거나 혹은 국가 이익이 걸린 주요 지역으로 파견돼 정보를 빼낸다.

반면, 방첩사령부는 ‘수비’ 역할이다. 우리 정보를 지킨다는 입장으로, 군 내부에서 정보 빼내는 놈들을 잡거나 군의 보안 업무를 총괄한다. 특히, 방첩사는 군대를 통제하고 다른 마음 먹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앞장서서 쿠데타를 일으켰다.

충격적이다. 이번 12.3 내란에서 우리나라 군대 정보라인이 모두 참여했다. 쿠데타를 막으려고 만든 부대가 선두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번에 문제가 된 정보사령부는 어디 소속 부대일까?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 출석한 문상호 정보사령관

출처 - (링크)

국방정보본부 산하 부대다. 과거엔 정보본부 밑으로 정보사령부, 777사령부, 사이버사령부, 지형정보단 등의 부대가 있었다. 이후 사이버사령부는 독립했고, 지형정보단은 해체됐다. 결국 남은 건 정보사령부와 777사령부다.

777사령부는 간단히 말해서 ‘신호정보’를 담당한다. 기술력을 가지고 정보를 모으는 조직인데, 한 마디로 ‘도청’을 전문으로 한다. 한반도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신호정보를 취합해서 적의 동태를 확인한다.

그럼 정보사령부는? 바로 ‘인간정보’ 우리가 언론에서 흔히 듣는 휴민트(HUMINT)를 통해서 정보를 뽑아내는 조직이다.

이번 쿠데타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사와 방첩사는 모두 ‘순혈주의’. 그러니까 외부인이 조직에 들어오는 걸 극히 꺼린다. 방첩사의 경우, 정권 차원에서 신나게 두들겨 맞고 해체되고 하는 통에 그나마 개방이 됐지만, 정보사의 경우는 그야말로 순혈주의 그 자체로 안에서만 돌고 돈다.

오죽하면,

“9시 뉴스에 나올 정도로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끝까지 간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2024년, 정보사 최악의 한해

2024년 정보사를 둘러싼 굵직굵직한 사건 세 가지가 있다.

(1) 하극상

(2) 블랙요원 유출

(3) 12.3 내란

외부에서 보면, 정보사에 삼재가 꼈다고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사실 이건 그냥 터질 게 터진 것이다. 이 모든 사건을 아우를 수 있는 사건이 바로 ‘하극상 사건’이다.

출처 - (링크)

정보사의 여단장과 정보사령관이 싸웠다. 우리나라 정보라인 넘버 1, 2가 서로 싸우고 고소한 것이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당시 XXX정보여단장이었던 박oo 여단장이 (최근 뉴스에 자주 언급되고 있는)문상호 정보사령관과 다퉜다. 당시 문상호는 육사 50기, 박 여단장은 육사 47기였다.

이때 싸웠던 이유가 중요하다. 본인보다 3기수 아래인 사령관을 모셔야 했던 박 여단장은 진급 막차를 탔던 인물이다. 2023년, 대령으로 옷을 벗어야 했을지도 몰랐던 박 여단장. 자기 관할 하에 있던 사무실(정보사가 관리하던 안가. 딴지 사옥 근처의 오피스텔이었다)을 자기 선배였던 육사 37기 조보근에게 건네서 ‘군사 발전 연구소'를 만든다. 그리고 얼마 뒤, 박 여단장은 별을 달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문상호 사령관은 자기 허락도 없이 OB에게 사무실을 주지 말라고 난리를 쳤고, 이때 결재판을 던졌다. 박 여단장은 문상호를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동시에 문상호는 박 여단장을 상관 모욕으로 고소했다.

조보근 전 국방정보본부장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하는 건, 육사 37기 조보근이다. 그의 최종 보직은 국방정보본부장. 즉, 정보라인이다. 결정적으로 신원식 前 국방부장관과 동기다. 하필이면, 신원식이 장관을 달자마자 조보근은 사무실이 필요했고, 조보근이 정보사 사무실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 대령은 별을 달 수 있게 됐다.

이 사건은 한 때 언론에 보도되며 시끌시끌하다가 잠잠해졌다. 그런데 이건 정보라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분야와 다르게 정보라인은 OB의 영향력이 상당히 세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1. 정보 분야는 특성상 보안을 유지해야 하므로 타군과의 접촉이 극히 적다.

2. 보통 정보망을 하나 구축하는데 최소 5~6년의 세월이 필요하고, 이걸 관리하는 시간 또한 그만큼 걸린다. 그래서 군인으로 들어와 정보망을 구축한 다음, 제대하면 다시 군무원으로 이들 정보망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3. 정보 분야 특유의 폐쇄성과 한정된 보직 숫자 때문에 OB의 도움으로 승진하는 경우도 많다.

소설의 영역

용산 국방부청사

이제부터는 소설의 영역이다. 다시 문상호 사령관과 박 여단장의 싸움으로 돌아가 보자.

박 여단장은 승진에 눈이 멀었다. 자기보다 육사 3기수 아래인 문상호가 사령관으로 온 상황. 참고로, 육사에선 1기수 아래인 선후배의 경우 호랑이와 토끼, 2기수 차이는 형과 동생, 3기수 차이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로 본다. 즉, 아들이 아버지 위에 올라선 것이다.

박 여단장이 더 화가 난 이유는 문상호의 이력이다. 박 여단장은 대북 첩보를 담당했고, 실제로 성과도 많이 냈다. 대표적으로,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대규모 탈북 사건에도 참여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시절, 덜컥 발목 잡혔다는 것. 첩보 조직 특유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박 여단장은 사기,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무죄판결을 나오긴 했지만, 이력서에 빨간 줄이 올라간 건 맞다. 그러나 박 여단장의 입장에선 다행히(?)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고, 새 정부에서 그는 복권되었다. OB의 도움 덕분인지(아닐 수도 있다. 아직은 추측이다) 2023년 11월에는 별도 단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박 여단장의 머리 위에 문상호가 들어앉았다는 것.

“새까만 후배 새끼가 사령관이랍시고 지랄이야? 정보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는 새끼잖아! 지가 대북 첩보에 대해 뭘 안다고 딴지를 걸어? 우리 일은 사람이 다인데, 선배 관리도 하지 말라는 거야? 정보에 대해서 뭣도 모르는 게 깝치고 있어!”

그는 문상호가 거슬렸다. 자기는 대북 첩보로 잔뼈가 굵은 오리지널 정보요원인데, 문상호는 수색대대장에, 보병연대장에, 야전에서 놀던 놈이지 않은가? 첩보, 그것도 대북 첩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사령관이랍시고 들어와 설치는 형국이었다.

그렇다면, 문상호는 어땠을까?

문상호가 사령관이 된 이후, 정보사는 그야말로 사건사고로 범벅이 됐다. 부대 사령관으로 임명된 것까지는 좋았으나, 3기수 선배가 떡하니 본인 밑에 있고, 이 인물이 자기에게 따박따박 덤벼들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니 서로 고소고발까지 하게 되었다(이들의 충돌을 군 내 김용현 파와 신원식 파의 대립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출처 - (링크)

정보사 블랙 요원이 까발려지고, 정보사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조사 결과, 정보사 내 군무원이 중국 쪽에 포섭돼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정보를 계속 보내고 있었다(관련 기사 (링크)). 문상호는 사령관으로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건 사고가 터지고, 밑에서는 “네가 첩보를 알아?”라며 도발하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옷 벗는 건 확실하니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충성을 다하는 것이었다(물론, 그 전에 문상호가 정보사에 들어온 것 자체가 라인 탄 것이겠지만).

사실 문상호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3기수 선배를 고소한 시점부터 이미 갈 데까지 간 상황이었다. 육사 47기는 현직 대장 기수다. 문상호는 대장 기수 선배와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내부에선 말이 많았다.

“보통 부대에서 하극상만 나도 난리인데, 서로 고소고발? 미친 거 아냐?”

“다 떠나서 47기라고! 지금 선배들 눈에 저놈이 어떻게 보이겠어? 새파랗게 어린노무시키가 부대 관리도 못한 주제에 맞고소 때렸네?”

“저거 야전부대 돌다 온 놈이지? 청와대부터 노른자만 빨던 놈이...”

“저 새끼 오고 나서 정보사가 바람 잘 날이 없어!”

계엄 포고문 초안 작성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이때 노상원이 움직인다. 그와는 소령 시절에 대통령 경호실에서의 인연이 있었다. 그런 그가 친위쿠데타를 말한다.

2024년 11월, 하반기 군 장성 인사에서 문상호는 살아남았다. 임기 동안 큰 사건만 두 개나 터졌는데, 문상호는 살아남았다. 분명 노상원의 힘이든가, 용현파의 가호가 있었을 것(본질적으로는 둘이 같은 것이지만)으로 추측할 수 있다.

누가 봐도 11월 군 장성 인사에서 문상호는 날아가야 했다. 하지만, 문상호는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살아내야 했다. 블랙 요원이 유출, 하극상, 현직 대장기수 선배와의 고소고발까지. 이미 육사 동문회에는 소문이 돌았을 것이다. 그는 ‘커버’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의 믿을 구석은 청와대 시절에 같이 근무했고, 고향 선배(대전에서 정보사 전현직 사령관이 나왔다)인 노상원이었다.

12월 1일, 롯데리아 상록수점에서 문상호와 노상원은 햄버거를 앞에 놓고, 계엄을 준비했다. 더 이상 잃을 것 없던 문상호에게 남은 건, 도박 같은 모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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