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Park’s 라이프 인사이트] 기내식, 하늘 위에서 만나는 ‘미식 경쟁’ 시대

2025-04-24

비행기 안에서의 식사가 단순한 ‘끼니 해결’을 넘어, 항공사 브랜드의 품격과 고객 경험을 상징하는 요소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외 항공사들은 차별화된 기내식 구성으로 미식 경쟁에 돌입하며, 장거리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Cesta’의 김세경 셰프와 협업해 장거리 노선 비즈니스석 기내식을 전면 개편했다. ‘한우 떡갈비 정찬’, ‘전복 영양밥’ 등 모던 한식 메뉴를 중심으로, 계절별 식재료를 활용한 고급 기내식이 뉴욕, 파리, 런던 등 주요 노선에서 제공되고 있다.

기내식의 고급화 트렌드는 외항사에서도 두드러진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와인 소믈리에와 함께 구성한 전용 와인 리스트를 운영 중이며, 일본항공(JAL)은 가이세키 형식의 일식 정찬을 통해 ‘하늘 위의 일식당’ 콘셉트를 구현하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도 기내식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역성과 메뉴의 다양성을 결합한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소갈비찜과 제주 딱새우 비빔장 세트’, ‘떡갈비와 제주 딱새우 비빔장 세트’ 등 프리미엄급 메뉴를 제공하며, 사전 예약제를 통해 승객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지역 특산물인 제주 딱새우를 활용한 비빔장은 ‘하늘 위 로컬 미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계절별 구성과 고급스러운 패키징은 SNS 인증샷 수요까지 겨냥한 전략이다.

이스타항공도 다채로운 기내식 라인업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최근에는 채식주의자와 무슬림 승객을 위한 맞춤형 메뉴로 ‘라구미트볼 펜네 파스타’, ‘호기 샌드위치’, ‘닭고기맛 할랄 라면’ 등을 도입했다. 또한 CJ푸드빌과의 협업으로 출시된 ‘빕스 떠먹는 페퍼로니 피자’와 계절 한정 메뉴인 ‘삼색전 세트’도 눈길을 끈다. 대부분의 메뉴는 국제선 기준 출발 72시간 전까지 사전 주문이 가능하며, 일부 간식류는 기내 구매도 가능하다.

기내식은 이제 항공사 간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SNS와 숏폼 콘텐츠의 확산으로 기내식의 구성과 플레이팅까지 고객 평가 대상이 되고 있으며, 항공사는 단순한 메뉴 제공을 넘어 ‘콘텐츠가 되는 경험’ 설계에 주력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내식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항공사 브랜드와 서비스 정체성을 보여주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며 “특히 장거리 노선일수록 기내식의 완성도가 고객 충성도로 직결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여행은 목적지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이륙과 함께 시작되는 하늘 위의 미식 경험, 그것이 지금 항공사가 가장 공들여 준비하는 ‘첫 번째 환대’다.

박병창 기자 (park_lif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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